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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90429346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05-04-25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추천의 글
고향
첫 만남의 그 깨끗한 마음으로
흙은 내 맘이고 몸뚱이여
"아버지" 권진원이 부릅니다
거기 다 비운 채 무심으로 놓인 당신은 누구세요
십리길 걸어 오일장 가시는 철수 어머니
어머니 자식들 마음 밭에 잡초 뽑으러 가시나요
누구 세월 잡을 사람은 없겠지요
늦겨울 나무마다 붙여주고 싶어라 입춘대길
풍경 하나에도 쉽게 등 돌리지 못하는 여리고 순한 누이여
작은 미물도 사랑하는 티베트의 아이들
어린 시절 낯선 곳 멀리 떠나고 싶었던 자전거여행의 꿈
꿈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아름답습니다
사랑
깊어지는 사랑의 자욱한 색깔과 향기를 한 스푼쯤 덜어내는 일
사랑이 아직 그리움인 이들을 위하여
그래 둘이 살아도 쓸쓸할 때 있지 하며 그냥 웃습니다
때로는 멀리서 말없이 오래오래 바라보는 것이 사랑
그대의 생처럼 물길 하나 바다로 가고 있습니다
누가 날 찾아와 노 저어 가실 건가요
떠난 달빛을 잊지 못하는 벗은 나무들을 위한 속말
때론 천상을 사랑하고 때론 지상을 사랑하는 해바라기의 영혼
어떤 사랑이 아름다운 사랑 늙어서도 아름다운 사랑
은백양나무 당신에게 시 한 편 보내니 가만가만 읽어줄래요
눈보라에 길이 지워져도 가겠습니다 내 생의 깃발 같은 그대에게
나는 그대를 지켜봐주고 그대는 나를 지켜봐주는 것이 눈물겹게 좋습니다
대나무 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이 비워져 있기 때문
사랑도 끝나면 열기가 남습니다
그대의 사랑 숲처럼 조화롭길
혼자가 아닌 둘이 마주보며 산다는 것
인생
마음 헹구러 새벽 숲으로 갑니다
늙은 배에게 보내는 아주 짧은 편지
강물을 거슬러 돌아오는 물고기들
나에게 바칩니다 내가 쓴 시 한 편
그 작디작은 몸으로 먼 길 오고 가는 철새들
혹시 살다가 빈 지게의 무소유를 잊을까
간다는 말없이 가고 온다는 말없이 오는 연들의 윤회처럼
차 한 잔 마시니 천지가 꽃이로다
솔직히 고백하네 평생 바다에 사는 친구여
강이 침묵하며 흘러갈수록 넓고 깊어지듯
저 소의 맑고 고요한 응시처럼 자기를 살피고 있는지
그대는 보았는가 고독보다 더한 광명 근심보다 더한 은혜를
다리 위에 한 점 티끌로 서서 생각나는 것은 없을 “무無” 자
마음에 번뇌 일면 길 떠나려 하지
자기 마음 찾으면 세상엔 오직 평화로움
관계
나무는 압니다 도롱뇽 살리고자 곡기 끊으신 스님의 마음
등 돌리고 서 있는 농부의 따뜻한 손길을 밭은 언제나 기다립니다
떠날 때 아름답게 떠나야만 다시 아름답게 만날 수 있다는 말
절망도 있을 삶의 강을 한 배 타고 건넙니다
이른 아침 햇빛 이리 붉은데 소년도 가고, 레이 찰스도 가고
새벽 호수에 발 담근 산들은 잠 깨었을까
그렇지 늘 우린 동행인 거야
혼자가 아니라는 아름다운 상상
내 안에 나도 비우고 그대 기다리는 작은 섬
사람들은 눈빛으로 하는 말 알지 못할까 두려운데
모래톱은 모래섬을 꿈꾸고 모래섬은 먼 산을 꿈꿉니다
사람들이 사람들의 허무를 알아줄 때
아픔 없는 사랑 존재하지 않습니다
너희들 참 외롭겠다
함께 나란히 서서 소통하고 있는 나무들의 충고
안드레아 보첼리를 사랑합니다
뒷산에 타래난초꽃 피면 생각나는 베로니카수녀님
사진 설명
책속에서
초등학교 6학년시절의 기억입니다. 어머니 잃은 슬픔이 물 번진 종이의 얼룩처럼 가슴에 많이 남아 있을 때였습니다. 봄날 학교교문 앞에 자전거와 함께 아버지 서 계셨습니다. 국화빵 담긴 누런 봉투를 손에 쥐어주시며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셨습니다. 그리고 어딘가를 향해 갔습니다. 국화빵 다 먹고 한참이 지나서야 어머니 따라 몇 번 들렀던 읍내 옷가게에 도착했습니다.
이것저것 물으시며 마음에 쏘옥 드는 옷 한 벌 사주셨습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읍내를 빠져 나왔습니다. 읍내풍경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비가 시작되었습니다. 봄비답지 않게 빗줄기가 꽤 세차졌습니다. 아버지가 일부러 몸을 세워 가려주셨지만 천천히 온몸이 젖어들었습니다. 아직 이른 봄이라 추위가 느껴졌습니다. 아버지의 허리를 꼭 잡고 비에 젖은 얼굴과 가슴을 등에 묻었습니다. 아버지의 등은 넓고 따스했습니다. - 본문 22-23쪽에서
노부부의 모습이 하도 정겨워 보여 가까이 다가가 어떤 사랑이 아름다운 사랑일까 여쭤보았습니다. "늙어서도 아름다운 사랑이지" 호수에 나란히 떠가는 두 척의 배도 어느 때인가는 강 언덕에 닿게 될 것입니다.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도 어느 때인가 삶의 언덕에 닿게 될 것입니다. 팔순의 노부부 우선생님네 아름다운 사랑이 삶의 언덕에 닿았을 때는 끝도 없이 지금보다 더 깊어 있으리라 믿습니다. - 본문74~75쪽에서
어머니는 오늘도 그 자식들 마음 밭에 길 지워 어지럽힐 잡초 뽑으러 가십니다. 손톱 밑에 흙물 핏물 다 배어들어도 그저 자식들 마음 순결한 애기눈빛처럼 말갛고 환하면 그만이십니다. - 본문 31쪽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