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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0449825
· 쪽수 : 267쪽
책 소개
목차
1월
에메랄드 그림/ 교차로의 미소/ 부엌의 테이블/ 봄볕/ B&B의 티코지/ 우정/ 오렌지 껍질/ 감기 기운이 있는 날/ 커다란 테이블/ 핸섬한 사람/ 따뜻한 애피타이저/ 런던의 봄/ 커다란 눈/ 산뜻한 뒷맛/ 봄 지갑/ 크루통/ 재채기/ 시크라멘/ 금색과 은색
2월
봄의 여신/ 자기 목소리/ 세 가지 토스트/ 마드리드 호텔/ 생 토노레의 점심/ 무릎을 펴다/ 집안일이 귀찮아질 때/ 아름다운 아침/ 수선화/ 북경에서/ 전나무/ 하얀 스웨터
3월
딸기무스/ 파리의 아파트/ 오드리 햅번의 슈트/ 봄의 접대/ 나르시스의 향기/ 빨간 블라우스/ 서당 개/ 물웅덩이/ 눈으로 하는 식사/ 더블 조끼
4월
행복하세요/ 부추와 시금치/ 한순간의 일/ 운동부족/ 핫도그/ 보라색 꽃/ 의자의 인사/ 눈처럼/ 어느 저녁녘/ 나누어 먹기/ 그레이프프루트/ 어른들을 위한 푸딩/ 판탈롱 재활용법/ 약
5월
보라색의 모험/ 파이 아라모드/ 바람소리/ 셔츠블라우스/ 작은 가죽상자/ 딸기주스/ 메모하기/ 센 강의 그림자/ 하얀 수국/ 햇감자 졸임/ 내 귀고리/ 아보카도/ 찾는 물건
6월
말의 중요함/ 튀긴 빵/ 모로코의 장미/ 내 메모/ 비파 씨/ 샐러드 접시에/ 삿포로의 라일락/ 교토에서/ 흰머리/ 작은 배려/ 보리수 향기/ 물방울 무늬/ 구둣가게
7월
Next Next/ 야름수프/ 하얀 봉투/ 천연염색/ 상자 속의 단추/ 비 오는 날의 파리 축제/ 어떤 디저트/ 참매미/ 쪽빛 옷/ 밤하늘의 색/ 기차여행/ 일본식과 서양식으로
8월
차가운 코코아/ 새빨간 원피스/ 짦은 잠/ 산타루치아/ 젊고 아름답게/ 콩절임/ 비행기 안에서/ 편지/ 멋이란/ 작은 인사/ 미역과 고추냉이/ 짝꿍 구두/ 작은 도깨비
9월
포도 꽃바구니/ 가을과 한 컵의 물/ 바다의 울림/ 작은 아이디어 요리/ 나이 든 배나무/ 내 비밀/ 나무 목걸이/ 하얀 테이블/ 멕시코의 신부의상/ 파리의 양송이/ 눈 깜빡할 사이/ 분꽃/ 옷깃과 소맷부리/ 생선회를 맛있게/ 오월동차
10월
메이지시대의 그릇/ 인도의 밀크티/ 여왕님의 구두/ 블라우스 단추/ 가지꽃/ 작은 마드무아젤/ 까만 옷/ 잊은 물건/ 아름다운 주름/ 작은 빵/ 따뜻한 손/ 쥐고개에서
11월
11월의 석양/ 가짜 진주/ 일요일의 그림/ 작은 사과/ 잃어버린 그림엽서/ 겨울나무들/ 오자미
12월
휘파람/ 밀크티/ 파란 스카프/ 나누어 먹기/ 낡은 시계/ 버스 안에서/ 한 명 한 명에게/ 마망 마망/ 작은 꽃접시/ 회색 바다와 섬/ 팡팡
리뷰
책속에서
따뜻한 애피타이저
쌓인 눈이 아직 남아 있고 차가운 밤하늘의 별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저녁이었다. 얼어붙을 것 같다란 말은 이런 밤에 이런 밤에 쓰는 말일까. 장갑을 끼고 얼얼해진 귀를 감싸며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걸었다. 친구 집에 저녁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자자, 어서 들어와. 너무 춥지? 저런, 코트도 꽁꽁 얼었네.”
테이블에 앉아 건네준 따뜻한 물수건에 안도의 숨을 내쉬는데 바로 ·인용 작은 질그릇냄비를 내왔다.
“뜨거우니 조심해.”
뭐지……. 계란찜인가…… 하고 냅킨으로 살짝 뜨거운 뚜껑을 열어보니,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새빨간 잔 새우가 폭폭 소리를 내고 있었다. 후후 불어가며 입에 넣으니 마늘 향과 새우의 감칠맛이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테이블에 놓인 프랑스빵을 손으로 뜯어 조금 남은 국물까지 남김없이 찍어 먹었다.
물웅덩이
집 앞 도로가 새로 포장되었다. 전에는 네모난 콘크리트 블록이었는데 이음새 없는 아스팔트가 된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놀랍게도 도로 여기저기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평평하게 공사가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울퉁불퉁하다니. 물웅덩이를 밟지 않으려고 깡충깡충 건너면서 어쩌면 공사를 이렇게 했을까 싶어 화가 났다.
비가 갠 일요일, 창가에서 문득 물웅덩이가 있는 보도 쪽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맑게 개어 웅덩이에도 그 하늘이 옮겨와 앉아 있다. 그러고는 뭔가가 훌쩍 내려왔다. 작은 참새였다. 기분 좋게 물을 먹고 있다. 또 한 마리가 내려왔다. 참새 두 마리가 사이좋게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고는 함께 날아갔다.
내가 화를 냈던 그 물웅덩이가 참새들에게는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면 도시는 어디나 할 것 없이 포장이 되어 있다. 원래는 흙으로 된 땅이니 자연스럽게 파이기도 하고 비가 오면 빗물이 고이기도 해서 새들이 물을 마시고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땅이 모두 포장되면 새들은 어디서 물놀이를 할까.
그날은 참새가 몇 마리나 날아와 물을 마시고 갔다. 저녁 무렵에는 웅덩이의 물도 말라 있었다. 또다시 비가 와 이곳에 물이 고이는 건 언제쯤일까…….
약
“열이 날 때 쓰도록 해.” 하며 친구가 약국에서 주는 종이봉투 같은 것을 주었다. 그리고 “열면 습기가 차니까 필요할 때 열어 봐.” 하기에 약인 줄 알고 그대로 약상자에 넣어주고 며칠이 지났다.
감기라도 걸린 걸까. 머리가 무겁고 약간 열이 있는 것 같아 친구에게서 받은 봉투를 꺼내보았다. 약일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종이에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가 나왔다.
“아플 때만큼 힘들 때도 없지. 나도 그랬었으니까 꼭 전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