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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운동 > 노동운동
· ISBN : 9788990497383
· 쪽수 : 592쪽
· 출판일 : 2023-10-25
책 소개
목차
Ⅰ. 1987년 노동자대투쟁까지
Ⅱ. 민주노총 건설을 향하여
Ⅲ. 산별노조 건설과 정치세력화
Ⅳ. 노동운동의 자기 개혁
저자소개
책속에서
책을 내면서
1.
1983년 11월 만 스물다섯 나이로 한국노총에 첫 출근을 했습니다. 그날이 첫 만남이었으니 김금수 선생과 인연도 사십 년이 되었습니다. 당시 김금수 정책실장은 사십 대 후반의 나이로 노총 내에서 신망이 두터웠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간부들이 임원실은 안 들려도 정책실은 들린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습니다.
1984년 봄부터 1985년 여름까지 유화 국면이 열리자 노동운동에도 짧은 봄날이 찾아왔습니다. 신규 노조가 200여 개 만들어지고, 구로지역 연대투쟁으로 이어졌습니다. 폐업에 맞서 한국노총에서 농성을 벌이던 대한마이크로전자노조 조합원들이 자진 해산하고 닭장차에 실려 간 뒤, 한국노총에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1985년 7월 김금수 정책실장 등 여섯 명이 해고되고, 천영세 교육부장과 저는 항의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허구한 날 집에만 있기도 뭣하던 차라 1986년 봄에는 서대문구 홍제동에 조그만 사무실을 냈습니다. 당시는 이 사무실이 <한국노동교육협회>의 출발점이 되리라곤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19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대투쟁이 터지자, 노조결성, 일상활동, 단체교섭 등 노동조합 교육과 상담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습니다. 한국노동교육협회 간판을 내걸었고, 1995년에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로 전환했습니다.
2.
김금수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김금수 선생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 한국노동교육협회 대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이외에도,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지도위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도위원, 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장,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장,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세계노동운동사연구회 상임고문 등 노동계 안팎의 굵직굵직한 조직에서 큰 어른 노릇을 하셨습니다. 김금수 선생의 삶은 한국 노동운동의 산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남들은 은퇴한다는 예순다섯부터 여든넷까지 20년 동안 『세계노동운동사』 집필에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셨습니다.
3.
김금수 선생은 강의도 많이 하셨고, 글도 많이 쓰셨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가늠했습니다. 김금수 선생의 글은 함께하는 이들에게 노동운동은 단선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침체와 고양, 패배와 승리, 정체와 도약의 과정을 거치면서 나선형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일깨웠고, 긴 호흡과 낙관적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북돋웠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교감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김금수 선생이 남긴 글들을 추려 만든 것입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전후해 단행본에 게재한 논문들, 한국노동교육협회 기관지 『노동조합의 길』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기관지 『노동사회』에 쓴 시평들, 전태일 항거 50주년을 맞아 살아계실 때 마지막으로 쓴 글들입니다. 이 글들을 찬찬히 읽어나가면 김금수 선생이 노동운동에 관한 화두를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역사의 국면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갈무리할 수 있을 겁니다. 노동운동의 전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좋은 성찰과 숙고의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제1부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 전후 시기에 작성된 논문들을 담았습니다. 노동운동의 역사와 상황을 거시적으로 살펴보고, 이로부터 현재 노동운동의 맥락과 조건, 전망과 과제를 제기한 글들입니다. 이 시기 글들은 김금수 선생의 노동운동에 관한 시각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운동이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을 결합해야 한다는 일관된 강조가 어떠한 사고체계에서 비롯하는지 밝히고 있습니다. 두어 편의 글은 개인과 시대의 조건을 고려하여 “김백산”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제2부는 1988년부터 1994년까지 한국노동교육협회 시절 『노동조합의 길』에 실은 글들을 모았습니다. 노조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를 녹취한 글, 교육을 마친 뒤 소감을 담아 작성한 후기, 그리고 노동자대투쟁을 계기로 형성된 민주노조운동이 지향해야 할 이념과 노선 등을 모색한 글입니다. 이 시기 글들은 실천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 차원에서 단결과 현장조직 활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민주노총 건설에 이르기까지 노동운동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좋은 사료가 될 것입니다.
제3부는 1995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발간한 단행본과 『노동사회』에 실은 글들로 구성했습니다. 이 시기는 1996~97년 총파업과 1998년 IMF 경제위기로, 그 어느 때보다 노동운동의 목적의식적 대응이 요구되던 시기였습니다. 김금수 선생은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특히 강조합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노조 조직률을 제고하고 정책참가 틀을 구축해야 노동운동이 역사적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도부의 과감한 선택을 통해, 그리고 아래로부터 논의를 통해 노동운동 발전 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숙제로 느껴지는 요청입니다.
제4부는 21세기 들어 발표한 글들을 모았습니다. 노동운동 발전의 역사 과정을 반추하면서 그로부터 거시적인 전망과 과제를 제시하는 글들, 노동운동가들에게 활동의 기본 원칙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는 글들이 많습니다. “파괴의 세기, 인간의 세기”인 20세기를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전태일 항거 50주년을 맞아 “한국 노동운동의 미래”를 가늠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그 중심에는 노동운동이 끊임없이 자기 개혁을 이어가야 한다는 애정 어린 당부가 담겨 있습니다.
4.
김금수 선생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활동가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노동운동의 역사를 학습하고, 오늘의 세태를 논하고 새로운 활동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그리고 글을 썼습니다. 이렇게 다져진 습관이 김금수 선생이 평생 견지한 역사적 낙관주의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고난의 시기는 향후의 전진과 고양을 위한 역량 축적의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독자들이 그러한 역설의 진리를 행간에서 발견하고 자기 것으로 체화한다면, 책을 펴낸 이들에게는 더없는 보람이 될 것입니다.
김금수 선집 『노동운동론』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돌베개>, <미래사>, <실천문학사>, <전태일기념관>, <정암사>에서 출간한 논문이 실려 있습니다. 재수록을 기꺼이 허락해 준 출판사 관계자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구도희, 박채은, 서수정, 양은숙, 윤효원, 이주환 등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전현직 연구원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3년 10월 25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김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