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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외국 역사소설
· ISBN : 9788990509352
· 쪽수 : 221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이어령)
추천사(조만제)
서장 “어느 도공의 메모”에서
제1장 산 : 푸르름과 헐벗음의 의미
제2장 산하는 짙어가고…
제3장 삽상하게 부는 바람
제4장 백자의 나라, 그 황홀한 빛
제5장 꽃샘추위
종장 “어떤 도공의 메모”에서
민족의 자존심을 일깨워 준 이 한편의 소설
저자 후기
역자 후기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책속에서
연말에 일본의 원호(元號)가 대정(大正)에서 소화(昭和)로 바뀌었다.
그 해 다쿠미는 두 사람의 조선인 아이들을 돌보게 되었다. 소화 원년은 6일간밖에 되지 않았으며, 곧 1927년(소화 2년)이 되었다.
다쿠미는 정월 초부터 자기 집에 어린애를 받아 초등학교에 보냈다. 이렇게 하여 수년 사이에 10명을 넘는 조선 어린이들이, 다쿠미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중에는 청림의 막내동생도 있었다. 그렇지만 다쿠미는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알았어?”
라고 굳게 입막음을 했다. 형 노리다카조차도 전혀 몰랐다. 정말로 다쿠미의 행동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다.”라는 바로 그것이었다.
다쿠미는 밤이 되면 가끔 거리에 나갔다. 고물상 가게는 낮에 볼 수 없으면, 반드시 밤에라도 둘러보았다. 그리고 아는 사람을 보면 포장마차에 데리고 가 함께 술을 마셨다.
다쿠미는 언제나 막걸리를 주문했다. 다쿠미가 낀 술자리는 항상 허물이 없고 밝았으므로 어느 사이엔가 낯선 조선인까지도 술자리에 함께 어울리는 적이 많았다. 그날 밤 여자 거지를 만나면 호주머니에 남아 있는 돈을 전부 주어 버리기도 하고, 남자 거지를 만나면 다음 날 아침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후 동사무소에 데리고 가서
“이 사람을 위해서 뭔가 일을 주었으면 좋겠다.”
고 직업의 알선까지 했다.
다쿠미의 집으로
“제 자식의 이름 좀 지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라고 의뢰하러 오는 조선인도 있었다.
다쿠미는 일본인으로서가 아니고 이 나라의 습관에 따라서 어린애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