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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0985873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율리우스 푸치크와의 대화 / 파블로 네루다
푸치크 부인의 서문
서 문
제1장 검거 24시간
제2장 죽음 앞에서
제3장 267감방
제4장 ‘400호실’
제5장 인간과 나무 인형(1)
제6장 1942년의 계엄령
제7장 인간과 나무 인형(2)
제8장 역사의 마지막 증언
부록 옥중 서간
옮긴이의 글 율리우스 푸치크, 그리고 인간의 길
리뷰
책속에서
몸을 바짝 긴장시킨 채 두 손을 무릎 위에 힘주어 올려놓고 눈은 페체크 궁 옥내 구금실의 누렇게 바랜 벽에 고정시키고 ‘차렷!’ 자세로 앉아 있다. 확실히 이것은 명상을 하기에 썩 어울리는 상태는 아니다. 대체 누가 사상思想에 차렷 자세로 있으라고 강요할 수 있는가.
267감방은 노래한다. 나는 평생 노래해왔다. 가장 치열한 삶의 방식을 취하고 있는 마지막에 이르러 노래를 중단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 우리는 우수로 가슴이 죄어들 때도 노래하고 유쾌한 날에도 노래하며 지나간, 어쩌면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동료를 배웅하기 위해서도 노래한다. 또한 동부전선에서 전해온 반가운 소식을 축하하며 노래한다. 위로하기 위해 노래하고 기쁨을 나누기 위해 노래한다. 사람들이 옛날부터 노래해왔고 살아 있는 한 계속 노래하는 것처럼.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당신의 말이 아니라 당신의 내부에 있는 어떤 것이다. 당신의 내부에는 핵심적인 것만 남아 있다. 당신의 근본적인 인간성을 부드럽게 한다든지 약하게 한다든지 그렇지 않으면 미화하는 등의 부차적인 것은 모두 빛을 잃고 퇴색하든가 죽음 앞의 광풍에 빨려 흩어져버리고 남은 것은 아무런 수식도 없는 주어와 술어뿐이다. 어떤 인간의 내부에도 강함과 약함, 용기와 공포, 확신과 동요, 순수함과 더러움이 공존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어느 한쪽만이 남도록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