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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예술/대중문화의 이해 > 미학/예술이론
· ISBN : 9788990989628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1장 단색 양복에 노란 넥타이 ― 색은 소통한다
2장 빨간 가루의 혁명 ― 색은 평등한가?
3장 팔레트의 반란 ― 색이 우리를 이롭게 하리니
4장 블루진의 등장 ― 색의 자유를 허하라!
5장 색에 관한 우화 ― 색, 길을 잃고 헤매다
6장 빈곤과 죽음의 색 ― 회색을 위한 변명
7장 칸트의 노란 조끼 ― 색깔 연출에 관한 조언
8장 귀족의 푸른 피 ― 색의 서열과 신분
9장 괴테의 귀족 취향 ― 색 선택의 중요성
10장 색의 쇼크 ― 환경이 색을 결정한다
11장 관용과 금기 사이 ― 색은 어디까지 자유로운가?
12장 운명의 색실 ― 색실로 알 수 있는 것들
13장 색깔 없는 사람 ― 색과의 숨바꼭질
14장 금발은 멍청한가? ― 색으로 인간을 분류하다
15장 바디페인팅부터 메이크업까지 ― 색의 질서 혹은 규율
16장 색으로 말하다 ― 색의 이중적 기능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퍼킨의 획기적인 발견에 문화적, 사회적 반향이 따르지 않았다면 그의 성공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정적인 기여자는 단연 당시 여성들이었다. 염료의 대량 생산 초기에 퍼킨은 한 사업 파트너가 보낸 편지를 읽고 기뻐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여성들 사이에서 당신의 염료에 대한 열광은 가히 폭발적입니다. 여성들 사이에 불이 붙었으니 당신이 그 수요에 잘 대응한다면 앞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러시아 화가 카시미르 말레비치는 비테프스크 도로변의 지저분한 벽돌담을 하얗게 칠한 다음, 그 위에 녹색 원, 오렌지색 정사각형, 파란색 직사각형 등등을 그려넣었다. 우중충한 단색에서 화려한 색깔로 변신한 이 산업도시는 주민, 방문객, 노동자, 농부,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을 뿐 아니라 주민들에게는 소속감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헬무트 콜마저도 이런 ‘재건’의 색조로부터 벗어나, 1983년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 ‘빨간색’이라고 공표했다. 아마 10년 전이라면 헬무트 콜도 이런 사실을 자유롭게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는 빨간색이 정치 무대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좌우연정(빨강-노랑)이 정계를 지배하고 있었고, 좌파들은 빨간색 비닐 커버가 씌어진 ‘마오쩌둥 어록’을 흔들며 시위했고, 같은 시기에 북경에서는 홍위병이 이 어록을 들고 흔들었다. 그러나 정치적 상징이었던 빨간색은 잔인한 테러 때문에 계몽적 의미의 명성을 잃어버렸다. 왜냐하면 독일의 ‘적군파’는 인질 납치, 협박, 살인을 통해 목적을 이루려 했고, 이탈리아에서는 ‘붉은 여단’이 기차역들을 폭파하고 수상을 저격했으며, 멀리 캄보디아에서는 ‘크메르루즈(붉은 크메르)’가 무고한 양민 수백만 명을 대량 학살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