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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1124103
· 쪽수 : 500쪽
· 출판일 : 2010-12-30
책 소개
목차
케팔로니아를 여행하는 독자들을 위한 안내 - 소설의 배경 ·9
병사-험버트 울프 ·12
01. 역사를 쓰기 시작한 이아니스, 좌절을 맛보다 ·13
02. 총통 ·21
03. 골리앗 사나이 ·28
04. 그를 사랑한 남자 I ·35
05.‘노’라고 말했던 사람 ·39
06. 그를 사랑한 남자 II ·45
07. 특단의 처방 ·50
08. 신기한 고양이 ·58
09. 1940년 8월 15일·65
10. 그를 사랑한 남자 III ·74
11. 펠라기아와 만드라스 ·81
12. 성인의 기적 ·88
13. 벌거벗은 요정 ·97
14. 그라치 대사 ·104
15. 그를 사랑한 남자 ·111
16. 전장의 만드라스에게 보내는 편지 ·118
17. 그를 사랑한 남자 IV ·125
18. 끝날 줄 모르는 창작의 고통 ·135
19. 그를 사랑한 남자 VI ·137
20. 얼음 사나이 ·142
21. 펠라기아의 첫 환자 ·148
22. 만드라스를 둘러친 막 ·157
23. 1941년 4월 31일·163
24. 굴욕적인 정복 ·177
25. 저항 ·184
26. 날카로운 가장자리 ·119
27. 만돌린과 연주회에 대해 이야기하다 ·205
28. 민중 해방 I ·214
29. 인사법 ·211
30. 선한 나치 I ·224
31. 눈의 문제 ·230
32. 민중 해방 II ·237
33. 손의 문제 ·240
34. 민중 해방 III ·245
35. 파시스트의 슬로건이 담긴 삐라가 섬에 뿌려지다 ·250
36. 교육 ·256
37. 남자는 용기와 무식의 차이도 모른다 ·260
38. 펠라기아의 행진곡이 생기게 된 이유 ·264
39. 아르세니오스 신부 ·268
40. 입술의 문제 ·271
41. 달팽이 ·273
42. 만돌린이 얼마나 여인 같은지 ·278
43. 바닷가에 거대한 공이 출현하다 ·283
44. 도둑 ·295
45. 순수의 시대 ·300
46. 부니오스 ·305
47. 이아니스가 딸에게 충고하다 ·313
48. 라 스칼라 ·321
49. 의사가 대위에게 충고하다 ·326
50. 폭풍 전야 ·330
51. 어찌 하오리까 ·335
52. 사건일지 ·342
53. 첫 희생양 ·351
54. 카를로의 작별인사 ·355
55. 승리 ·358
56. 선한 나치 II ·366
57. 화형식 ·374
58. 수술과 장례식 ·379
59. 역사적인 지하실 ·389
60. 펠라기아의 슬픔 ·393
61. 모든 이별은 죽음의 전조다 ·400
62. 독일 점령에 대하여 ·410
63. 해방 ·414
64. 안토니아 ·426
65. 1953년·434
66. 복구 작업 ·441
67. 비탄에 빠진 펠라기아 ·445
68. 역사의 부활 ·448
69. 자루에 차곡차곡 쌓이는 콩 ·455
70. 발굴 ·463
71. 안토니아가 다시 노래하다 ·474
72. 뜻밖의 만돌린 교습 ·479
73. 회복 ·484
리뷰
책속에서
나를 집으로 이끈 것이 펠라기아와 더불어 아름다움이었다고 말했었지. 언젠가 멧소본 고갯길 근처였던가? 구름 한 점 없는 12월, 기온은 영하 20도까지 떨어졌었다. 그때 이탈리아인들이 쏜 조명탄이 폭발하며 보름달을 배경으로 밝은 푸른빛의 폭포가 되어 내렸고, 불꽃은 주저하는 천사들의 영혼처럼 느린 동작으로 땅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 작은 마그네슘의 태양이 하늘을 떠다니며 빛을 내자, 검은 소나무들이 마치 전에는 처녀처럼 베일을 쓰고 있었지만 이제는 천국에 있는 것으로 보이기로 결심한 것처럼 정숙한 어둠 속에서 나와 섰다. 날리는 눈발은 빛을 발하는 얼음 결정의 절대적인 순결로 일렁였다. 박격포는 서글프게 기침했고 올빼미 한 마리가 후우후우 우는 가운데, 내 생에 처음으로 나는 추위가 아닌 다른 것으로 인해 몸을 떨었다. 세상이 그 살갗을 벗어내고 에너지와 빛으로서 그 자신을 드러낸 것이다.
건강해져서 전선으로 돌아가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전쟁 속에서 천사 가브리엘의 얼굴을 봤던 그 순결한 순간을 한 번만이라도 더.
영국인들이 우리를 철저히 버리지 않았기를, 그리고 내가 죽고 없어도 그들이 승리하기를 기도하며 바란다. 나는 내가 선하고 유익한 삶을 살았다고 믿는다. 그리고 죽었을지도 모르는 내 딸과 결코 보지 못할 지도 모르는 손자들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플라톤의 말에 희망을 가지고 행복하게 죽을 것이다. 죽음은 ‘어떤 변화로서,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될 터이니 말이다. 물론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놈들의 침략이 코앞에 다가온 지금, 이 슬프고 진저리나는 삶을 떠나 어디론가 가게 되면 거기서 내 아내를 만나 다시 한 번 쉴 법도 하지 않겠는가? 솔론은 어떤 사람도 죽기 전에는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때까지는 기껏해야 운이 좋을 뿐이니. 하지만 나는 행복하기도, 운이 좋기도 했다. 결혼해서 행복했고 딸을 낳았으니 운이 좋았던 것이다. 절대 하찮은 일들이 아니었다.
기대했던 것과는 모든 게 딴판이었다. 분노에 찰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대신 경이로움과 호기심, 아니면 무관심한 기분이 들어 괴로웠다. 놀랄 줄 알았던 사람들은 오히려 얼음처럼 냉정해지고 모진 결심이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중략) 의사는 떨고 있었다. 아빠도 두려워하실 때가 있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아빠를 올려다보니, 그 입술은 움찔거리고 눈은 빛나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두려워서가 아니라 흥분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가 그녀를 내려다보고는 등을 펴고 한 손을 하늘 향해 흔들었다.
"역사야." 그가 선언했다. "나는 역사를 쓰고 있었단다. 그리고 지금 역사는 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구나. 펠라기아, 내 사랑하는 딸아. 나는 항상 역사 속에서 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