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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1223455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2-06-30
책 소개
목차
1. 작은이야기들
감동 … 14
웃기고 앉았네, 웃기고 자빠졌네 … 24
조심해야지, 눈물 없는 슬픔이 … 38
사랑으로 … 43
Just Repeat Once More … 52
백설공주 … 64
시간 … 68
2. 흘러가는 강물처럼
나의 책상 … 76
삶 … 83
슬픔 … 103
사랑 … 116
청바지 수의 … 125
꽃상여 … 131
우물가의 여인 … 136
오페라 이야기 … 142
파라오가 될 수만 있다면 … 146
유치인 무치법 … 151
무소유의 기쁨 … 156
2007년 8월에 … 160
다큐멘터리 … 163
의사 십계명 … 174
쌍둥이 칼의 행복 … 178
하늘공원 … 191
3. 감동으로 남은 명화들
바이센테니얼 맨 … 196
친절한 금자씨 … 197
간디 … 200
대지 … 202
가시나무 새 … 203
오페라 유령과 노트르담의 곱추 … 205
쉰들러리스트와 피아니스트 … 209
쇼생크 탈출 … 213
죽어서도 아름다운 사람 - 오드리 햅번 … 215
헤드 윅 … 217
굿 윌 헌팅 … 219
밀리언 달러 베이비 … 220
토탈 이클립스 … 223
식스 센스 … 225
까미유 클로델 … 228
다빈치 코드와 도마의 믿음 … 229
4. 바람이 되어
잠시 바람이 되어 … 236
기회의 땅 … 255
구름이 피어오르는 곳 카나이마 국립공원 … 259
5. 하나뿐인 지구
하나뿐인 지구 … 264
TV에서 본 live 다큐 … 280
저자소개
책속에서
“할머니는 최고의 요리사야. 할머니가 만들어 주는 것은 다 맛있어요.”
네 살 난 꼬마 여진이의 예쁜 찬사에 오늘도 나는 고단한 삶의 여정을 행복한 시간으로 바꾼다.
“할머니가 제일 좋아. 행복해서 이러는 거야.”
내 볼에 제 볼을 부벼대며 종알거리는 손녀의 사랑스러운 몸짓에 짝사랑의 서운함을 까맣게 잊고 나는 죽지 말고 이 아이들 곁에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욕심을 부려 본다.
오늘은 등뼈 디스크가 또 요동을 치며 심술을 부리는지 허리가 많이 아팠다. 나는 그래도 참고 만두를 만들었다.
“할머니, 내가 도와줄게요.”
하며 여느 때처럼 여진이가 다가온다. 다리가 아파서 식탁에 앉아 도마에 만두피를 썰어 밀려고 하는데 싱크대 위에 있는 쟁반이 필요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서기가 좀 힘이 들어서 속으로 여진이에게 ‘쟁반 좀 가져오라고 부탁할까?’ 하는 찰나에 여진이는 쟁반을 집어와 식탁 위에 놓으며 “할머니. 이거 여기 놔요?” 한다. 이심전심, 여진아 정말 고마워. (…중략…)
오늘은 날씨가 찬바람이 불고 갑자기 추워졌다. 집에서 나올 때 여진이 장갑을 깜박 잊고 나와서 나는 코트 소맷자락에 여진이 손을 밀어 넣고 꼭 여며가며 미술학원에 가는 길이었다. 여진이는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춰서더니,
“할머니. 고마워요. 할머니가 손을 꼭 잡아 주니까 손이 따뜻해졌어요.”하며 환하게 웃음 짓는다.
여진아. 너의 일생동안 자비로운 따뜻한 신의 손길이 늘 함께 해 주시기를 빈다.
<본문 44~46쪽, 사랑으로 중에서>
화영아! 며칠 전 주문한 책상과 책장이 오늘 배달되었구나.
칠십이 다 된 이 나이에 새 책장과 책상을 들여 놓고, 마음이 이렇게 흐뭇하고 기쁠 줄은 정말 몰랐다. 책도 없는 책꽂이에 아직은 얼마 되지 않은 영화 DVD와 음악 CD를 정리해 놓고, 처음으로 책상에 앉아 너에게 이 글을 쓴다. 얼마나 깨끗하고 좋은지 당장 너에게 보여주고 싶구나.
지영이가 새로 사준 새 스탠드의 불빛이 너무 환하고 눈이 부시다.
7형제 틈에 자란 엄마는 내 방과 내 책상이 그 옛날에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대청마루 한 구석에 다 찌그러진 헌 앉은뱅이책상! 아직도 눈에 선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예고도 없이, 어느 날 수녀님 두 분이 가정 방문을 오셔서, 내 책상 서랍을 열어 보고 점검을 하셨지.
낡은 책상도 부끄럽고, 뒤죽박죽인 서랍 안도 너무 창피하고, 쥐구멍도 못 찾고 쩔쩔맸던 가슴 아픈 기억. 엄마가 청결과 정리정돈에 신경과민이 된 것은 그때의 부끄러운 상처 때문이 아닐지. 오래 전에 하늘나라에 가셨을 남 수녀님과 박 수녀님이 깨끗하고 정갈한 지금의 엄마의 책상을 보고 계셨으면 좋겠구나.
화영아! 엄마가 죽을 때까지 이 책상에서 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까운 돈만 낭비했다 해도 후회하지 않겠다. 내 책상이 있다는 이것만으로도 엄마는 지금 너무 행복하구나.
<본문 76~77쪽, 나의 책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