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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1240643
· 쪽수 : 122쪽
· 출판일 : 2007-07-20
책 소개
목차
제1부 소주병 꼭지에 눈을 대고 세상을 보는 법
쇼윈도의 여자
내 마음의 쿠데타
회복기의 간을 위하여
호르는 명동
을지로 순환선
우물 하나
구제받지 못할 병동
LP시대는 갔다
도마 위에서
K씨의 근황
암벽에 서다
푸른 소주병
무너진다
당연한 일
누군가 보고 있다
적멸보궁에 무엇이 있길래
가을, 저물녘
제2부 빈 구루마 같은 생의 눈물겹도록 텅 빈 한 순간
동사무소에서
그곳에 가고 싶다
양변기에 정좌하고
열대성 저기압―흐린 날
열대성 저기압―낮잠
열대성 저기압―폭우
Untitled, 1995
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세상이 나를 사랑하사
어떤 풍경
조롱받는 열반
장군님 다리는 숏다리
얼굴을 씻다
그 섬에서 보낸 한철
성년의 강
개들의 습격
세상의 어떤 이면
제3부 포플라 숲은 모두 베어져 젓가락 공장으로 실려갈 테지만
텍사스는 서울에 있다―파리 텍사스
산낙지는 죽어도 산낙지다
그리운 당정섬
변두리 역사―채석장
변두리 역사―도배
변두리 역사―돌산
삼성국민학교
냉장고, 버려진
가을, 쓸쓸한 오후
아버지의 수렵
늙은 고양이와의 대화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
연애편지를 쓰는 밤
해설 - 견딜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 우찬제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
내가 마신 술들을 한 순간 토해 낸다면 집 앞에 작은 또랑 하나를 이루리라 그 취기를 풀어 권태로운 211번지 주민들을 알 수 없는 슬픔과 열정으로 몰아가고 나는 빈 소줏병이 되었으면,
혼이 빠져 나가듯 바람에 흩어지는 담배연기를 모아 뭉게구름을 만들면 우울증의 애인을 잠시 즐겁게 할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웃는 애인 앞에서 구겨진 담뱃갑이 된다면,
내가 읽어 온 책들의 활자를 풀어 벽촌의 싸락눈으로 내리게 하고 만남과 이별의 숱한 사연들을 가랑비로 내리게 한다면, 그리고 속이 텅 빈 가을 벌판의 허수아비가 된다면,
주저하다 보내지 못했던 수많은 편지의 허리 굽은 글씨들을 바로 펴 삼천리 금수강산을 그릴 수 있다면 북어 대가리 같은 사유의 흔적만 남더라도 한결 가벼워진 몸을 쉽게 눕힐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 누워 썩을 수 있다면,
제 영혼은요 거름이 되고 공기가 되어서 우울에 지친 그대 어깨 위에 잠시 머물고, 잠시 머물며 썩어 거름이 되는 것들의 아름다움과 썩기 위해 우울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한없이 깊은 어느 곳으로 스며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