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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91909144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08-06-09
책 소개
목차
from the earth
제 1 장 여름 벚꽃
In Pluto X월 X일
제 2 장 이지러진 달
In Pluto X월 X일
제 3 장 초대
리뷰
책속에서
“나는 여기가 도쿄의 일부라는 것을 종종 잊어버려. 도쿄는커녕 일본, 아니, 지구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야. 훨씬 더, 끝도 없이 먼 곳. 그래… 마치 명왕성에라도 와 있는 것 같은 기분.”
쇼코는 창문을 등지고 스러져버릴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명왕성….”
“응, 명왕성. 얼마 전에 행성에서 퇴출되어 더욱 허무한 존재가 되어버린 그 명왕성.”
너무나 먼, 내버려진 별. 태양빛이 닿는다고 해도 그것은 지상을 두루 비추는 밝기와는 거리가 멀 것이다. 어둠과 얼음에 매인 영원한 불모의 세계. 마모루는 순간, 얼음의 황야로 덮인 그 먼 별의 오직 한 채만 있는 작은 집에 쇼코와 함께 갇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여기는 추워. 여름에도 추워. 태양이 이글이글 내리쬐어서 땀도 나는데, 그래도 춥다고 느껴져.”
쇼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두 손으로 어깨를 감싸 안았다.
“여기에 온 지 이제 2년 가까이 되지만 그동안 나는 계속 그런 기분으로 살았어. 세상과 분리되어 혼자 남겨져서 내버려진 것 같은 기분. 왜 이렇게 먼 곳까지 와버렸을까 하고 계속 생각했었어. …그런 기분, 알겠어?”
“알아.”
마모루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곧바로 그렇게 답하고 있었다.
“나도 크게 다를 게 없어. 어딘가에서 아무래도 길을 틀려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렇지만 이미 너무나 멀리까지 걸어와 버렸기 때문에 이제 와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어. 되돌아간다고 해도 도대체 어디까지? 되돌아가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다시 시작할 수는 없어.”
쇼코는 문득 고개를 들면서 정색을 하고 말했다.
“자기가 남겨온 발자국을 지울 수는 없어. 그때그때 자기가 선택한 모든 것이 서로 겹쳐서 지금의 장소에 자신을 서 있게 하는 거야. 그러니까….”
실제로는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던 그 다음을 마모루는 머릿속에서 들었다.
그러니까, 그곳에서 새로이 발을 내디딜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본문 3장 '초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