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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1931411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08-06-18
책 소개
목차
제1장 그날 밤까지
제2장 가모우 집안 사람들
제3장 사건
제3장 사건
제4장 계엄령
제5장 병사에게 고한다
종장 다카시
편집 후기
리뷰
책속에서
요시타카는 여전히 라디오를 바라보며 고개만 끄덕였다. 영상을 비추진 않더라도 라디오를 들을 땐 라디오에 주목한다. 특히 중요한 뉴스일 때는. 그런 습관이 옛날에는 있었던 것이다.
"계엄령이 발포된 것 같군. 그런데도 교통은 자유로워졌어. 이걸로 진정되는 걸지도..."
그러자 꾸벅꾸벅 졸던 마리에가 불쑥 일어났다.
"밖에 나갈 수 있어?"
"응, 전차도 움직이고 있으니까."
"잘됐네. 집에만 틀어 박혀 있으니까 못 견디겠어. 당신, 회사에 갈 거지? 나도 같이 갈래."
바로 옷을 갈아입으려는지 침대에서 미끄러져 내려온다. 잠옷 차림이다. 다카시가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곤란해하자 그 모습을 슬쩍 보며 마리에가 히죽거리고 있다. 부아가 치민다. 정말로 얄미운 여자다. - 2권 본문 83쪽에서
그때 다시 라디오 방송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상당히 패기 넘치는 남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병사에게 고한다. 칙명이 발표되었다. 이미 천황 폐하의 어명이 내려졌다."
다카유키의 목소리가 사뭇 감탄조가 됐다. "아아, 이건가."
"이거라뇨?"
"잘 들어 두라고. 후세까지 전해지는 방송이니까. '병사에게 고한다'야."
얼굴이 다소 일그러지며 나지막이 덧붙인다. "하사관과 병사를 장교와 떼 놓기 위한 방송이지."
라디오 목소리는 울먹임에 가깝다. 목소리를 쥐어짜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무기를 버리고 원대로 복귀하라, 돌아오면 죄는 묻지 않겠다고 설득하고 있다. - 2권 본문 226쪽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때때로 푹 빠져드는 이 '공상'은 내 머릿속에서 만든 게 아니다, 실제로 그건 현실일지도 모른다라는.
다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 뿐이라고. 어저면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모르고.
처음 그런 생각이 든 건, 그래, 그건 열세 살 겨울이었어-바람이 세차게 부는 추운 겨울. 학교에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는 거야. 아, 지금 '공상' 속에 빠져들고 있구나 하는 느김이 들었어. 그때만 해도 그런 상태에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현실 속의 나는 그때, 집에 가는 길에 있는 넓은 국도의 교차로를 건너려던 참이었어. 그 지방에서 처음 정비된 길이었는데 사차선 도로를 덤프트럭이 노상 윙윙거리며 달리고 있었지. 삼십이 년 전이니까 마침 고도 성장이 시작되던 무렵이야. 아스팔트 포장에 먼지가 풀풀 휘날리는 멋대가리 없는 길이었어. - 1권 본문 92쪽에서
"아저씨..."
다카시는 손을 뻗어 히라타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 그러나 히라타는 그 손을 떨쳤다.
"다시 한번, 11년으로 돌아갈 점프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아니, 하지 않으면 안 돼. 지금 상태로 여기 있다가는 큰일 나."
"그랬다간 아저씨, 죽게 될 거예요."
자기도 모르게 그런 소리를 하고 말았지만 히라타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 있어도 죽기는 마찬가지야. 공습에서 살아남더라도 여기는 쇼와 20년이야. 도저히 견딜 수 업어. 자네에게는 무리야. 나 역시 준비되지 않았고."
히라타의 손이 다카시에게 다가왔다. 다카시는 비틀거리는 히라타를 부축하기 위해 그 손을 맞잡으려 했지만 히라타는 다카시의 유카타 소매를 단단히 움켜쥐더니,
"꽉 잡아"라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 1권 본문 230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