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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92055260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09-07-10
책 소개
목차
그 하나 물소리
그 둘 함께 돌아가자
그 셋 진주 목걸이
그 넷 정육점 아내
그 다섯 왕비의 우울
그 여섯 이야기를 들려줘
그 일곱 아름다운 신들
그 여덟 봉납 거울
그 아홉 왕비의 우울Ⅱ
그 열 오늘 밤 손님
그 열하나 선물
그 열둘 친구
그 열셋 파티가 끝난 후
그 열넷 상복
그 열다섯 각자의 운명
그 열여섯 인면창
그 열일곱 처형의 날
그 열여덟 현기증
그 열아홉 나는 신이다
그 스물 다시 태어나도……
그 스물하나 파멸로
그 스물둘 당신과 함께
그 스물셋 최후
그 스물넷 모든 것이 끝
옮긴이 후기
리뷰
책속에서
나는 무엇 때문에 살아왔나요. 여자는 소리쳤다. 하늘에 있는 신이여, 부처여,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나요. 아이를 낳기 위해서인가요, 논밭을 갈기 위해서인가요, 굶기 위해서인가요, 사람을 먹기 위해서인가요.
개 한 마리가 여자의 배에서 튀어나온 내장에 달려들었다.
신이여, 부처여, 대답해달라. 나는 무엇 때문에 태어났는지. 나는 지금 사람인지…… 귀신인지…… 아아, 대답해달라.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여자는 머리카락이 거꾸로 곤두서는 걸 느꼈다.
그런가, 나는 귀신인가.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귀신이라면, 사람의 마음이 없다면 몇 번이고 다시 살아나서 사람을 먹어줄 테야. - 14쪽 중에서
태워 죽인 검은 머리의 시녀가 애원하는 소리가 들린다. 외마디 비명이 귀에 달라붙어 떠나질 않는다. 귀를 막아도, 오리털 베개에 얼굴을 묻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계속 들린다.
용서해주십시오. 왕비님, 부디 용서를…….
비명만이 아니다. 불길이 소용돌이 치는 소리, 나무들이 타는 소리, 겁에 질린 새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물소리. 계속 들려온다.
찰, 찰, 찰.
시녀를 태워 죽인 숲에는 강도 호수도 없는데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몸속 저 깊은 곳에서 솟구쳐나와서 넘치는 듯한 물소리였다. - 47쪽 중에서
“그대에게선 피 냄새가 나.”
어느 날 밤, 왕비의 몸을 힘껏 껴안으면서 왕이 신음하듯 말했다.
“피 냄새라니…… 어찌 그리 무서운 말씀을…….”
“아냐, 냄새가 나. 그대의 몸엔 피 냄새가 배어 있어. 그러나 그것이 그대의 아름다움을 더욱…….”
국왕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 순간, 왕비는 이 남자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66~67쪽 중에서
“난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어. 성 안에 있으면 바깥세상의 일 따위 하나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 내가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백성이 굶어 죽어가고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
쓰루의 눈에 희미하게 주름이 졌다.
“볼 마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을 마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생각하려고 하지 않으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법.”
그것은 너무나 작은 중얼거림이어서 왕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 83~84쪽 중에서
지인을 포함하여 사람을 다섯 명이나 죽인 남자가 있었어요. 그 남자가 말하기를 살인이란 건 익숙해지는 거래요. 처음 사람을 죽일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리지만, 두 명째, 세 명째가 되면 익숙해져서 예사로워진대요.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된대요.
형편없는 남자였죠. 물론 사형당했어요. 다른 사람은 예사로 죽이면서 자기가 죽는 건 무서웠던가 봐요. 제멋대로죠. 다만, 억울해 하긴 했어요. 자기는 사람을 죽이지 않고는 살 수가 없었다고요. - 94~95쪽 중에서
나는 아까 말했지만 좀 별난 능력이 있어요. 그래서 반 년 전에 죽은 부인의 모습도 볼 수 있는 거예요. 죽은 사람은요, 말을 할 수도 호소를 할 수도 의사를 전달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은 되도록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죽은 사람의 생각을 대변하려고 노력해요. 물론 모르는 게 더 많죠. 나 같은 사람은 희미하게 느끼는 정도니까 죽은 사람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하지 못할지도……. - 130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