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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2073981
· 쪽수 : 392쪽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1. 비상사건
(1) 아들의 가출 (2) 추적
2. 내가 사랑한 사람, 나를 사랑한 사람
(1) 남편의 어린 시절 (2) 김정일정치군사대학
3. 남편을 떠나보내고
4. 결혼
(1) 사랑의 시작 (2) 가정의 탄생
5. 아들이 사랑한 나타샤
6. 나의 어린 시절
7. 나의 부모님
8. 꽃시절
(1) 평양상점 (2) 2·16 서클 행사 (3) 북조선에 유학 온 외국인들
9. 시집 식구들
(1) 시부모님 (2) 시누이 (3) 시동생
10. 북조선 유학생들
(1) 사촌 시동생 (2) 유학생들의 운명
11. 해외 파견생활
(1) 해외생활의 첫 시작 (2) 우크라이나 주재 북조선대표부
12. 6년 만에 돌아간 조국
(1) 아버지의 죽음 (2) 돌아온 평양
13. 벨로루시, 다시 재외로
(1) 초청에서 추방까지 (2) 재외 대표부들의 생활
14. 마지막으로 본 평양
15. 내가 알고 있는 북조선의 태권도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조금 전에 함께 소풍 나가자던 남편은 눈을 감고 자는 듯이 내 품에 누워 있었고 이 세상 모든 것은 그의 심장처럼 멎어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아파왔다. 칼로 베이고 불로 지지는 것 같은 고통에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천천히 온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이런 비극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순간이었다.
“이 전화는 사용이 중지되었습니다.” 아들의 목소리 대신 안내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이 남긴 편지와 받지 않는 전화가 연결되면서 불안이 온몸을 휘어 감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남편에게 전화했다. 남편이 몇 분 만에 뛰어 들어왔다. 남편과 나는 마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무도 뜻밖의 일이라 차마 입 밖으로 어떤 말을 꺼낼 수조차 없었다. 그날 밤에도 다음날에도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아들을 사랑한 처녀가 말할 수 없이 밉고 원망스러웠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그 아이, 나타샤였다. 자기 나라의 멋있는 총각들도 많은데 왜 하필 내 아들을 꼬여서 우리 집안을 이토록 무서운 진창 속에 빠뜨렸는가. 나는 남편 앞에서 그 처녀를 수없이 욕하고 미워했다. 그런 나를 다독이며 남편이 말했다. “사랑한 것이 무슨 잘못인가?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아들을 용서하자. 그리고 둘이 행복하게 잘 살도록 축복해 주는 것이 부모의 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