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리히터 -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1932년 독일 드레스덴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5세부터 예술가의 길을 걸었다. 1951~54년 사이 동독의 드레스덴 미술아카데미에서 보수적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익히는 한편, 파리 여행과 카셀 도큐멘타 참관을 통해 서방의 현대미술 흐름에 눈을 떴다. 그는 오브제 미술, 행위미술 등 현대 실험미술의 열풍 속에서도 전통장르로서의 회화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현대적 감각과 방법으로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 했다. 1962년 이후 사진에 기반을 둔 회화를 제작, 객관적 실체를 기계적으로 드러내는 사진을 통해 개인적 경험과 관념에 물들지 않는 이미지를 창조한다. 그러나 리히터의 회화의 양식은 단일하게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며, 동시다발성과 분절성을 특징으로 한다. 그는 1960년대 초기에는 구상사진회화, 1966년 이후에는 극사실적인 풍경사진화 및 기하학적 추상회화, 1971~72년 사이엔 유명 사진인물화, 1977년 이후에는 추상회화와 정물화 등을 많이 제작하였다. 리히터의 작품은 그간 '회화의 종말' 시대의 대안적 회화로 주로 아방가르드 미술의 인식범주 안에서 읽혀져 왔다. 하지만 2001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회고전(큐레이터 Robert Storr)을 계기로 전통장르로서의 회화성이 재평가되어 주목받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