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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2109208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08-01-10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작가의 말
1. 나는 아름다움을 따라 걷는다
충현교회 앞의 면사포 쓴 신부
인과론은 결혼에도 적용될까
파에테, 논 돌레트 Paete, non dolet
직업의 발견
번역가로 산다는 것
2. 강물처럼 흐르는 추억 이야기
서로에게 실망하지 않는 부부가 있을까
물 새는 변기와 썩은 사과
아버지 생각
장모님과의 마지막 제주도 여행
기주성질
나이에 숨은 비밀
아들의 교통사고가 가져온 일상의 기적
1968년, 목련꽃 그늘 아래서
3. 밑줄 긋는 남자
헌책방 순례
어린 날의 독서
하는 일이 비슷한 세 사람
역자후기
대리번역, 대필작가, 대타인생
전문 번역가는 어디 가지 않는다
4. 그 누가 알겠는가, 사랑을
리디아 왕비의 알몸
나는 내가 죽으리라는 것을 안다
꿈 이야기
어떻게 하면 눈물을
좋아하다가 싫어진 소설
5. 봄날은 소리없이 간다
지독한 사랑의 혁명
지하철 헌화가
오후 3시의 소풍
아름다움과 신앙심을 가르쳐 준 벤허
왜 왕의 여자가 아니고 남자일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번역이 원본을 개선하는 경우? 의문을 표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마르틴 루터의 독일어 성서가 그러하고 에드워드 피츠제럴드의 <루바이야트>가 그러하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나라의 고전 <동문선 東文選> 국역(國譯)이 그러하다. 따라서 번역서가 원서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은 편견일 가능성이 많다. <백년 동안의 고독>을 쓴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아주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인데, 영어 원서와 잘된 스페인어 번역서가 동시에 있으면 자기는 번역서를 읽는다고 말했다. 나도 셰익스피어를 원서로 읽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김재남 교수의 3정판 <셰익스피어 전집>을 더 즐겨 읽는다. 잘된 번역서에는 우리말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번역 과정에서 외국어(원서의 언어)와의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우리말의 결정체인 번역서, 거기에는 황신혜 못지 않은 한국어의 매력과 아름다움이 있다. 남이 번역해 놓은 책을 읽는 것도 이런데 하물며 자신이 직접 한국어를 구사하여 번역하는 데 있어서랴. 이런 연유로 나는 번역을 아름다움의 추구라고 말하는 것이다. - 본문 74~75쪽, '번역가로 산다는 것' 중에서
헌책방을 다니다 보면 괜한 책 욕심을 내게 된다. 한번은 지금은 없어진 중대 앞 헌책방에 가서 헨리 제임스에 관련된 영문 서적을 50여 권 이상 사 가지고 온 적이 있었다. 어떤 교수가 사망하여 그 집에서 정리 차원에서 헌책방에 모두 주어 버린 것이었다. ... 책을 사 들고 집에 들어오면, 아내는 당연히 눈살을 찌푸린다. 아내의 말로는 우선 그것이 당장 필요한 책도 아니고, 집안에 자리만 차지하고, 결국에는 한 주도 안 읽고 내버릴 것이니 이 멀마나 어처구니없는 낭비냐며 힐책하는 것이다(이사할 때마다 나는 많은 책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이런 결정타를 날린다. "당신, 그 사 가지고 온 책 다 읽으려먼 한 오백 년은 살아야 할 걸요." - 본문 138쪽, '헌책방 순례' 중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역자 후기는 평론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독자의 읽기를 자극하기 위한 작은 길 안내 혹은 지도상의 도로 같은 것일 뿐이다. 누구나 다 알다시피 지도상의 도로는 그냥 하나의 표시일 뿐 실제의 길은 아니다. 그것은 방향만 제시할 뿐 그 도로의 승차감이나, 굴곡면이나, 바람의 저항이나, 교통소통 상황 따이를 말해 주지는 못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독자가 직접 텍스트를 읽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독자가 그 길로 달려 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유도해야 할 의무는 있다. 즉 독자가 역자의 해석에 흥미를 느끼거나 혹은 반감을 느껴서 직접 읽어서 판단하겠다는 '마음 속에 불지르기'를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정한 가치 평가를 수반해야 하는 평론과는 엄연히 다르다. - 본문 179쪽, '역자 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