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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2219082
· 쪽수 : 118쪽
· 출판일 : 2007-09-28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매미 소리
좋은 날에 우는 사람
뒤뜰 정담
쑥꽃
가만 있자 그러니까 그게 거, 할 때의 그 가만 있자에
대하여
날마다 새로워지는 중
무서운 말
제2부
자라
그 집
아버지의 책
보리밥
은산 국수집
민요의 발전
유물론
제3부
두렁을 깎다
눈사람
세한도
최소
어떤 공모
문장대
맑은 얼룩
다시 읽는 시
동자꽃
비의 맛
관계
제4부
독일어 공부
무엇인가 새로 결심한 소년처럼
둥근 원의 길
고요의 힘
고요히, 쿵
집
칠판
아름다운 시절
제5부
나무를 심은 사람
11월의 단풍나무
일기 단상
기원
군락
게릴라 사랑
누구나 도망친다
빙벽
대추리
빈 의자
등나무 꽃
봄비
발문 / 손세실리아
저자소개
책속에서
좋은 날에 우는 사람
슬픔의 안쪽을 걸어온 사람은
좋은 날에도 운다
환갑이나 진갑
아들 딸 장가들고 시집가는 날
동네 사람 불러
차일치고 니나노 잔치 상을 벌일 때
뒤꼍 감나무 밑에서
장광 옆에서
씀벅씀벅 젖은 눈 깜작거리며 운다
오줌방울처럼 찔끔찔끔 운다
이 좋은 날 울긴 왜 울어
어여 눈물 닦고 나가 노래 한 마디 혀,해도
못난 얼굴 싸구려 화장 지우며
운다,울음도 변변찮은 울음
채송화처럼 납작한 울음
반은 웃고 반은 우는 듯한 울음
한평생 모질음에 부대끼며 살아온
삭히고 또 삭혀도 가슴 응어리로 남은 세월
누님이 그랬고
외숙모가 그랬고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이 그러했을,
그러면서 오늘
훌쩍거리며
소주에 국밥 한 상 잘 차려내고
즐겁고 기꺼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가만 있자 그러니까 그게 거, 할 때의 그 가만 있자에 대하여
어떤 말이 저렇게 깨달음의 등불을 오롯이 드러낼까
어떤 말이 저렇게 강물처럼 흘러 순간마다 빛날까
어떤 말이 늘 서서 걸으며 달려가는 우릴 멈추게 하겠는가
그 자리에 멈추어, 앉아, 되돌아보게 하겠는가
가만 있자의 그 순간이 어디
사람에게만 있겠는가
소주 집에 앉아 씩둑거리는 사람에게만 있겠는가
날아오를 자리 가늠하며 대가리 까댁이는
미루나무 꼭대기의 저 까치에게도
주춤대며 개천 다리 건너오는
오늘 아침 샛강의 자욱한 안개에도
그러니까 그 자세 가만 있자의
낮은 걸음 자세는 깃들어 있는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한 순간 불티처럼 튀어나온 그 깨달음에
극(極)으로 치닫던 마음이 돌아앉는다
제 몸 진저리치며 세우는 그 자리에
고양이
쥐의 일에
슬퍼도 하고
밭에서 돌아온 소가
부어오른 제 발등을 핥기도 한다
어느 말이 저렇게 어두운 골방에서
맹렬히 타오르는 담뱃불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