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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2219228
· 쪽수 : 126쪽
· 출판일 : 2009-08-17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게와 아이들/ 모슬포/ 천원 장터/ 놋숟가락/ 유월 스무날/ 겨울 감자밭/ 봄날, 다시/ 분홍 넥타이/ 붉은 꽃으로 가다/ 飛揚島/ 바다의 물집/ 노을의 지층/ 곶자왈 괴석/ 붉은 꽃/ 빈방
제2부
나비 상여/ 유성우/ 벌초/ 할머니 장터는 나의 태반이다/ 멀리 가는 봄볕/ 지주목/ 바람의 지문/ 철쭉/ 달빛 수국/ 창꽃/ 추자도 朴씨/ 아버지의 가처분 신청/ 실걸이꽃/ 절벽
제3부
西로 간다/ 굴비상자 안의 사내/ 나무의 뼈/ 이덕구 산전/ 穴風/ 서건도/ 제주 팽나무/ 木碑/ 다랑쉬오름의 낮달/ 산의 주인은/ 먼 그대/ 음각을 새기다/ 우회도로를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들/ 동광리 헛묘 앞에서/ 환청
제4부
花信/ 수평선에 묻다/ 겨울 연못/ 단산 그늘/ 萌芽林/ 달의 난간/ 쑥, 쑥물/ 봄은 또 엉겁결에/ 바위그늘집/ 들꽃들의 사유가 쓸쓸하다/ 3번 여인숙/ 칸나/ 산수국/ 孤內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붉은 꽃
전갈좌로 태어난 나는, 손톱을 기르고 있습니다 손톱이 자랄수록 내 눈은 자주 손톱 끝에 머무는데요 손을 오므리면 길게 자란 새끼손가락 손톱이 생명선에 닿지요 새끼손가락에 힘을 주면 목젖 근처 칼칼한 갈증이 번개를 만난 것 같고 더욱 세게 누르면 숨이 막혀 오지요 덜컥 겁이 나 손을 펼치면 손바닥에 피어나는 꽃 아, 거기 붉은 꽃 핍니다
꽃은 참, 독충이나 그 무엇엔가 된통 가슴을 찔리고 나서야 피어나는 것 같습니다 더운 김이 피어오르고 버섯구름이 떠다니고 찔레꽃 피었다 지고 깨꽃이 피었다 지고 실핏줄 따라 이어진 생명선에 결국 무우수꽃 마저 차례로 피었다 지고
하루에 한두 번씩 나는 새끼손가락 손톱으로 생명선을 누릅니다 독으로 독을 씻어내는 것이지요 그럴 때마다 붉은 꽃 피는 목숨, 나를 죽인다는 것은 품었던 독을 안으로 돌려주는 것, 마음에 고인 독으로 누구를 겨냥하겠는지요. 꽃들도 뾰족한 칼끝으로 제 몸을 찌르고서야 비로소 꽃이 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