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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670327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2-07-08
책 소개
목차
1부 서늘한 정신
서늘한 정신|한들굴 통신|좁은 병|투명한 집|풀물|에이, 그럴 리가|들어갈 집이 없다|늪, 견뎌내다|다시 빛이 나기 전|보성리 수선화|어둡다|붉은 피, 돌다|지삿개|할 말이 있다|원가계산|방어의 잠|무릎 꿇은 나무|꽃의 장례|둥지|함덕, 한낮
2부 저기 본다
산방山房철물|베릿내의 숨비기꽃|가문동 편지|빗돌|송악산 가는 길|파란인 섬|모슬포에는 모래바람이 분다|명징한 꽃|굴속의 어둠|저기 본다-사월|꽃|저기 본다-흉터|파한집破閑集 1999|원담|베릿내의 이랑|건천乾川|일그러진, 일그러진…|수산 간다|천사의 숲|눈의 사막
3부 따로 있는 물의 길
따로 있는 물의 길|젖는 숲|연꽃, 한꺼번에|무사한 한낮|어머니 바다에 비는 내리고|어미새 까만 눈이 젖고 있다|광명사의 새벽|이중섭|그 겨울, 소매물도|정방폭포|검은 숲|마라도|저기 본다-숨비기꽃|옷을 갈아입는 바다|옹이|빈 의자, 흔들리고|석굴암자 가는 길|저기 본다-제주억새|겨울 청미래|동백, 말간 생
[해설] 정군칠의 시세계_고통과 극기, 그 상처들(송수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서늘한 정신
천 길 물길을 따라온 바람이 서느러워
바닷가에 나와 보네
앙상한 어깨뼈를 툭 치는 바람은
저 백두대간의 구릉을 에돌아
푸른 힘 간직한 탄화목을 쓰다듬고
회색잎 깔깔거리는 이깔나무 숲을 지나
황해벌판을 떠메고 온 전령이려니
지난날, 그대
비 갈기는 날의 피뢰침처럼 시퍼렇게 날이 서서는
혀를 감춘 하늘을 물어뜯어
만경들의 물꼬들을 차례차례 깨우고
나지막한 산맥을 넘을 때
누렁쇠 쇠울음으로 회오리도 쳤을 터
그대 지나는 풀밭
풀자락들은 흔들려 불꽃으로 일고
그 불길이 몰려오는 섬 기슭에서
나 오늘, 서늘한 정신 하나를 보네
꽃의 장례
나는 매일 아침 소망장의사 앞을 지난다 비문이 덜 새겨진 비석들이 누워 있고 그 옆으로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머금은 동자상이 드문드문 서 있다 고갯길을 막 넘어온 자동차가 왕벚나무 가로수 아래에서 가래처럼 채 연소되지 않은 가솔린을 가륵가륵 밭아낸다 검은 길 위에 흩어진 벚꽃잎, 무리 지어 4월의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동자상의 눈빛 속에 자동차들이 느릿느릿 지나간다 제 가는 길에 자신이 만장이 되어버린 꽃잎들. 만장 사이로 체취마저 다 잊은 아비 같기도, 어미 같기도 한 얼굴들이 아른거린다 평생 어깻죽지 한번 펴보지 못하던 생애 위로 하얀 나비떼가 날개를 살랑거리며 날아 오른다 하얀 나비가 날아가는 길, 누군가의 생애가 다시 시작되고 자동차의 백미러에 비치는 그 길이 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