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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2219532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14-12-08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스르륵, 봄/ 조각보/ 싹트는 행간/ 기둥/ 마중/ 싱싱한 방/ 짱꼴라/ 꽃피지 않는 정원/ 깽깽이풀꽃/ 사람이 샌다/ 딱,/ e —편한 세상/ 염낭 거미/ 기억 무렵/ 달팽이의 외출/ 쏙독새/ 무쇠솥
제2부
7층 석탑/ 네발나비/ 말하는 귀/ 조깐술/ 행복/ 노모/ 꽃들은 다 가렵다/ 경계마다 꽃이 핀다/ 와글거리는 꽃씨/ 떨어질 듯, 떨어지는 소리들/ 노루귀/ 검은등뻐꾸기/ 푸른 그늘에 들다/ 상하지 않는 기억/ 다문꽃/ 비결/ 별의 집착력
제3부
도로남/ 압정/ 나물수업/ 편도 2/ 숲의 밤은 우울하다/ 女, 자/ 후진/ 매듭/ 지적도/ 개미/ 산수화/ 연리지/ 싱싱한 잎/ 망가진다는 것/ 편도 1/ 발자국/ 넝쿨의 힘
저자소개
책속에서
잠시 생각을 나뭇가지 위에 걸어보면 소리 나는 것들, 다 허공에서 온 것들이라는 생각
큰 눈 내린 날
오래 오래된 습관으로 한발 한발 건반을 누를 때마다 미끄러운 소리들
살아 있다는 듯
날개를 펄럭이며 사방으로 흩어진다
둥 둥 떠있다
무게를 실으면 제 무게만큼 내려앉는 소리들, 비켜서는 것 같지만 피어나는 중이다
으스스 몸을 털어내는 나무들
사내 몇 등걸에 앉아 들쭉날쭉 숨을 고르고 있다
가쁘게 튀어나와서
부드러운 중얼거림으로 매달리는 말들
가끔 날짐승 날개를 펼 것이고
발자국인양 나뭇잎 몇 떨어지기도 하겠지
나뭇가지에 쌓인 눈들 잠시 잠잠하겠다
구름 몇 조각 잇달아 떠다니겠다
사소하게 사소하게
떨어질듯, 떨어지는 소리들
창천(蒼天), 온갖 소리들이 바쁘다
― '떨어질듯, 떨어지는 소리들' 전문
버려진 하천부지 고만고만한 뙈기밭 살붙이처럼 붙어있는데요 상추 파 쑥갓 고추 토마토 가지 시금치 얼갈이 오밀조밀 어깨 겨누고 있는 그게, 한 땀 한 땀 이어붙인 조각보입니다
꾸불텅꾸불텅 민달팽이
육필 선연한
푸진 밥상입니다
세상에 밥을 탐하는 것들
시장기 급한 여름이 확, 밥상보 걷어내듯 물길이 휩쓸고 간 지난해 덜 익은 것들 날것으로 쓸려간 밥상머리 몇 남은 건건이 일으켜 쿵쿵 지지대 박던 노인을 오늘 다시 봅니다
조심조심 밥물 맞추듯 푸성귀 매만지는 남루한 저 손길도 언제 쓸려갈지 모르는 밥상처럼 위태위태합니다
허겁지겁 허기 속으로 잦아든 초록의 밥상이나 초록에서 여물고 있는 씨앗들 묵정밭 같은 저 손에 다시 씨앗 떨굴지도 의문입니다
비어있는 밭이라야 다시 씨앗 묻을 수 있듯 가보지 않은 저쪽 어디 빈 밭을 점찍어 두었을지도 모르지요
맨처음 고개 숙이고 나오던 물음표 같은 떡잎처럼
저 노인 구부정한 것이 새싹을 닮았습니다
곧 어느 곳으로든 옮겨질 모종처럼 말입니다
― '조각보'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