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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2219631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6-03-23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왕릉/ 긴타로 식당/ 다케가와라 온천/ 풍경소리/ 북해도에서/ 고쿠라 역을 지나며/ 꿈에 쓴 편지/ 춘향 연가/ 민들레/ 봄날/ 멍게 먹는 법/ 소낙비/ 선술집 탱고/ 파도의 춤/ 미조항 블루스/ 빗방울 폴카/ 살살이꽃/ 빨래의 춤/ 반딧불이/ 계면조界面調의 가을/ 연/ 별이 풀에게/ 가오리연/ 길 위의 신문지/ 고래와 놀다/ 자연의 이치/ 글 농사/ 청령??
제2부
청년 백석白石/ 무장茂長들판의 바람소리/ 삼정지三井池/ 후연정後淵亭/ 돌비/ 두만강 나비/ 늙은 오동나무/ 노거수老巨樹의 말씀/ 유랑극단/ 악극단/ 수용소/ 떠돌이별/ 녹두
제3부
자전거에 관한 명상/ 길/ 열반으로 가는 길/ 사랑과 운명/ 자전거의 어머니/ 자전거는 누구와 만나는가/ 그대 생각/ 봄산/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당나귀/ 사랑에 빠지다
제4부
모닥/ 아기 무덤/ 통가라는 이름의 말수레/ 떠돌이 개/ 화장터의 악사/ 천막집/ 그의 전생/ 고단한 세상/ 말똥/ 델리의 새벽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갯것이 좋다
갯것들 중에서도 멍게가 좋다
왜냐하면 멍게는
깊은 바닷속 바위틈에서
긴긴날 혼자 생각에 잠겼던
기막힌 고독의 세월이 있었기 때문이다
통통한 알맹이
그 속살을 반으로 갈라
통째 입에 넣고 씹지 말 것
그저 차분히 멍게를 머금은 채
소주 한 잔 털어 넣고 지그시 눈만 감을 것
그때 은은히 감도는 멍게향기는
필시 고독의 내음일지니
이윽고 입속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사태
소주와 멍게는 서로 부둥켜안고
블루스를 춘다
스텝을 맞추며 빙빙 돌아가는
나의 입안은 바로 녀석들의 무도장
그들의 블루스가 끝날 때쯤
언제든지 멍게를 삼켜도 좋다
* 수필가 구활의 산문 '멍게와 소주의 블루스'(≪주간매일≫, 2013.8.22)의 감흥을 시로 옮김.
- 멍게 먹는 법 전문
그 식당 추녀엔
물고기가 달아나고 종만 댕그랗게 남은
풍경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쓸쓸한 모습을 보며
내가 물고기를 만들어 달아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비 오던 밤
나는 청동물고기를 만들어
비늘도 새기고 지느러미도 새기고
마지막엔 눈알을 새겼답니다
그 청동물고기를 품에 안고
혼자 있던 종에게 다가가
달아주었어요
한 순간 바람이 일며
물고기가 종체를 일깨웠지요
한없이 맑고 낭랑한 소리가
꽃향기처럼 피어나
반곡지 쪽으로 불어 갔습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풍경소리를 들었습니다
- '풍경소리' 전문
남항장 여관 앞길로
아침햇살 비틀비틀 걸어가네
어디서 온밤을 그렇게 통째로 마셔대었나
이젠 정신 좀 차리세요
눈감고 전봇대에 기댄 그에게 바람이 속살거리네
기운차게 뱃고동 울리며
항구로 배들어 오네
먼 바다에서 꼬박 밤새운 어선들
갑판의 멸치더미
은빛구두를 신고 춤을 추네
있는 힘껏 몸 솟구쳐
톡톡 튀어 올랐다간 덧없이 제자리로 떨어지네
선창에 줄곧 부딪치는 파도와
닝닝 우는 전선줄만이
항구의 리듬이네
미조항 리듬에 맞추어
어부들 손길도 차츰 바빠지네
그물 말아 올리며 힘차게 털어내는 멸치
힘겨워도 어깻짓으로 숨결 고르며
서로 그물귀 맞잡고 노래까지 부르네
어부들 이리도 바쁠 때
갈매기는 뱃머리에 앉아 틈새 엿보네
바다는 항구를 부여안고 검푸른 스텝을 밟네
저 멀리 다방 앞 쓸고 있는 아가씨 보이네
오, 항구여 너는
출렁이는 한을 품고 몇 백 년을 살아왔나
- '미조항 블루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