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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986395
· 쪽수 : 133쪽
· 출판일 : 2025-05-02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5
제1부
엄마 생각 13
피란길 14
바보 16
엄마 투정 18
아명 19
외딴 오두막집 20
엄마의 눈길 22
숙모님 말씀 24
참외 배꼽 26
산지기 집 28
지동댁 29
엄마의 맨발 30
어머니 임종 날 광경 32
출상 날 34
태어나서 죄송해요 36
죄밑 38
엄마 무덤 앞에서 39
합장 40
제2부
스무 달 43
고작 열 달 44
어머니 품 46
연분홍 편지 48
어인 까닭입니까 50
할미꽃 51
엄마의 얼굴 52
나정지라는 곳 53
연두색 엄마 54
큰 쉴 곳 56
어머니의 부채 58
민들레꽃 60
외갓집 62
속썩은풀 64
기봉이 처녀 65
옷골 이모 66
양자 들이는 날 68
제3부
낙타 73
망아지 74
두더지 75
별의 생애 76
덕이 형아 77
늘 가슴이 저린다 78
상사화 80
형님 계신 곳 82
달개비꽃 83
덕이 형 87
철순 형님 88
아버지의 노래 90
고쿠라역을 지나며 92
나귀 한 마리 94
아버님의 일기장 95
새벽별을 보다 96
지게 98
내 속의 아버지 100
제4부
봄날 105
소낙비 106
잃는다는 것 108
장날 110
瑞興 金氏 內簡 112
애장터 114
앵두밥 116
올챙이 118
4월 120
우리 가는 길 달라도 122
새해 아침 124
ㅣ시작 노트ㅣ 127
저자소개
책속에서
<바보>
당신과 나는
어떤 인연으로 났기에
이토록 일찍 헤어지고 말았나요
나 태어나고
불과 열 달 만에 서둘러 가셨지요
그때 심정이 어떠셨을까
난 조금이라도 당신과의 시간 늘려보려고
배 속의 열 달 배 밖에서 열 달
사람들에게 늘 이렇게 말한답니다
열 달이나 스무 달이나
그게 그거지만 나에겐 대단하지요
내가 엄마랑 함께 지냈던 시간이니까
엄마 떠나신 지 수십 년
나는 지금도 엄마 생각만 합니다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습니다
<속썩은풀>
얼마나 기다림에 속이 썩어
이름조차 속썩은풀이 되었습니까
북한 야생 식물 사진전에서 만난
당신은 영락없는 우리나라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보랏빛 고개를 떨구고
가녀린 잎을 차분히 접고 있는 자태에선
땅 꺼지는 한숨도 들려올 듯합니다
이 나라가 원수로 갈라서던 전쟁 끝에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지금도 기다리시는 당신
나는 당신 앞에 발길 멈추고 서서
이날까지 모든 것 참고 삭이며 살아오신
그 세월의 내력을 생각합니다
말로는 차마 풀어내지 못할 슬픔이지만
이젠 눈물 좀 거두셔요
속썩은풀이시여
<늘 가슴이 저린다>
나에게 두 형이 있었다
그들은 일찍 죽어 얼굴도 모른다
맏형은 문둥이로 스물셋에
셋째는 아기 때 홍역으로 떠나갔다
출생신고도 하지 않아
호적에도 없다
전쟁이 끝나자 아버지는
앓는 맏아들 혼자 버려둔 채
남은 가족 데리고 먼 도시로 떠났다
남겨둔 양식 자루 바닥나자
그냥 굶다가 죽었다
고독이 그의 목을 졸랐으리라
일가 한 분이 와서
거적때기로 둘둘 만 주검을
지게에 얹어 어느 산골짜기에 묻었다고 한다
언젠가는 찾아본다고 했는데
그때 분들 다 돌아가서
나는 거기가 어디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