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2219815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19-05-08
책 소개
목차
제1부 우리도 꽃처럼
맨 처음의 봄/ 봄눈/ 이른 봄 강구에서/ 우리도 꽃처럼/ 이중섭 1 - 가족들에게/ 이중섭 2 - 달과 까마귀/ 겹동백/ 황야의 늑대 - H에게/ 해금강/ 해녀/ 빗살무늬 토기/ 이 땅에 살면서 1 - 목숨의 뿌리/ 이 땅에 살면서 2 - 사랑 몇 소절/ 그 여름의 내 감꽃/ 파로호의 봄/ 시인
제2부 엉거주춤
섬목에 와서/ 엉거주춤/ 사람 풍경 1 - 갠 날 저녁/ 사람 풍경 2 - 초록 나귀/ 사람 풍경 3 - 해변 마을의 밤/ 탈을 위하여/ 호박/ 봉숭아물/ 봄 탓/ 할머니/ 까치밥/ 화전민의 꿈/ 서울의 우울/ 마른 풀들에게/ 눈의 무게/ 다산의 말
제3부 봄날의 애인들
봄날의 애인들/ 꿈/ 보리밟기/ 묻혀져가는 것들을 위하여 - 대청댐 수몰 지구/ 멸치/ 해탈/ 남한강에서/ 갈매기/ 가을의 야윈 어깨 너머/ 박용래/ 눈 쌓인 놀이터/ 봄에 홀려 늙는 줄도 몰랐네/ 시시한 시
제4부 가을은 늙지 않는다
것들/ 담쟁이넝쿨의 꿈/ 아름답군/ 고요하고 투명한/ 가을은 늙지 않는다/ 가을의 눈썹/ 가을밤, 외로운 밤/ 어쩌라고, 이 가을/ 갠지스 강가에서/ 황산벌에서/ 저승의 강/ 카멜레온에게/ 구두수선공 삼식이/ 돌아가는 저녁길/ 둥근 마음 모아 당신을 부를 때/ 나는 꽃, 너는 별/ 아픈 별 하나가/ 비닐우산/ 한 사내 - 가수 조영남/ 킬리만자로 - 가수 조용필/ 세상에 건널 수 없는 강은 없다 - 가수 한영애/ 구월의 장미 - 가수 이소라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도 꽃처럼 피고 질 수 있을까
길고 긴 인생길, 피고 지며 살 수는 없나
한 번은 라일락이었다가, 이름 없는 풀꽃이었다가
가끔은 달맞이꽃이면 어떨까
한겨울에도 눈꽃으로 피어
동짓날 밤, 시린 달빛과 어우러져
밤새 뒹굴면 안 될까
맹렬하게 불타오를 땐 아무도 모르지
한번 지면 다시는 피어날 수 없다는 걸
뚝뚝 꺾여서 붉게 흩어지는 동백 꽃잎
선홍빛처럼 처연한 낙화의 시절에
반쯤 시든 꽃, 한창인 꽃이 그립고
어지러웠던 청춘의 한때가 그립네
막 피어난 백목련, 환하기도 해라
저 그늘 아래로 조심스레 한 발씩
저승꽃 피기 전, 한 번쯤 더 피어나서
느릿느릿 고백할 수 있을까
봄바람 가득한 꽃들의 가슴에
사랑한다고 저릿한 고백을 할 수 있을까
단 한번 피었다가 지는 사람꽃
― 「우리도 꽃처럼」 전문
사랑이 부족한 사람들은
얼음 풀린 강을 따라
강물의 끝에 있다는 도시로 떠나고
보이지 않는 사랑의 단단한 뿌리만이
언젠가 돌아가야 할 이 땅에
가슴 묻고 있는 오늘
못자리판 한 귀퉁이에
땅강아지 미꾸리 같은 것들이
고통이라든가 죽음이란 것
아직 모르는지
이슬 맺힌 작은 물풀들을 깨우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허리 굽은 노인이 삽을 둘러메고
목숨의 텃밭으로 나온다
수십 년 동안 살아온
고통과 죽음이 예정된 땅에
오늘도 삽을 들이대고
삶이 시작되는 땅은 어디며
삶이 찾아가는 땅은 어디인지를
하늘에 물어보면서 슬픔을 퍼 엎는데
작은 바람의 물결만이 그 주위를 맴돌고
오늘도 그 땅에서
겨우내 죽어 있던 목숨의 뿌리들이 움터 오른다
― 「이 땅에 살면서 1 - 목숨의 뿌리」 전문
더 이상 강의 기적을 바라지 않으리라
술 취한 누이들이 수상하게 서성이는 밤
서걱이는 갈대의 입술을 탐내던 사내들이
부나비처럼 강의 이쯤과 저쯤에서 배회한다
누이처럼 생긴 꽃, 꽃처럼 생긴 누이들이
낙화의 아픔을 겪는 세기말의 지옥
아직도 눈물을 믿는 이들이
강 쪽으로 머리를 두고 눕는다
무너져라, 축대처럼 켜켜이 쌓인 거짓들
저승의 진실이 매운 바람으로 흩어지는 밤
사내들은 싱싱한 수컷의 무성함을 앞세워
코뿔소처럼 도시의 대로를 질주한다
마왕의 씩씩함으로 껄껄 호탕하게 웃는다
바벨의 언어들이 파헤쳐져도
더 이상 아무도 숨죽이지 않는다
온통 우울한 것들만 살아남는다
모래사막의 한가운데 하이에나를 닮은 그들이
조금씩 죽어가고 있다
가거라 게딱지 같은 생이여
숨죽이고 숨죽여 우리들의 남루를 감춰야 한다
서릿발 같은 칼날을 밟으며
다시 한 번 빛의 예각을 가늠해야 한다
온통 우울한 서울에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 「서울의 우울」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