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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2219846
· 쪽수 : 100쪽
· 출판일 : 2019-07-29
책 소개
목차
제1부
김 농사/ 눈길/ 틀니/ 어머니/ 안면도/ 추석/ 겨울/ 달빛/ 눈/ 여름밤/ 열꽃/ 바람아 불어라/ 쌀썩은여/ 갑오징어/ 달갑지 않은 말
제2부
사랑海/ 파도/ 조갯살/ 돌게/ 물갈이/ 경매 전/ 둠벙/ 일할 때마다/ 그 집/ 벌초/ 고욤나무 밑/ 겨울 볕 1/ 겨울 볕 2/ 겨울밤/ 한사리
제3부
달빛을 따라서/ 나눗셈/ 제비집/ 만만한 섬/ 솔잎/ 아궁이/ 불면/ 유년의 섬/ 섬을 떠나며
제4부
내시경/ 현지유통/ 비/ 월동준비/ 기름을 닦으며/ 털/ 돌아보기/ 전기공 동생/ 집어등/ 비늘/ 태수오매
저자소개
책속에서
갯벌이 부은 얼굴로 돌아누워
등허리를 긁는 날
장벌에는 바다에서 잠깐 발을 뽑은 말장들이
빙 둘러 어깨를 기댄 채
들물에 속이 촐촐한지
꼴꼴꼴 맑은 물소리가 났다
별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밤마다 갯가에는
외로운 불빛들이 일찍 잠들 줄 알고
바람은 까무러칠 줄도 알아
간혹가다 목선도 그저 끄덕거릴 요량으로?
궁색한 몸을 움츠리는 것이 보인다
부스스 몸을 털고
갯벌에 올라서는 사람들
서넛씩 둘씩 이 저녁
모닥불에 그리움을 묻었는가
언 손을 펴며 접으며
삭아가는 불을 쬐고 있다
―[안면도]전문
답답한 것을 다 말할 수 없다는 파도가
철썩철썩 자신을 되돌아보는 동안
쭈꾸미가 빈 그릇에
하늘을 담아 퍼 올리고 있다
안면도 앞바다 쌀썩은여 근처에서
부서진 하늘빛 빈 그릇이
쭈꾸미 발에 걸려 올라온다
허천난 공출에 실려 올라오던 물살이
이 바위 근처에서 부서졌던가
무언가를 덮어야 하는 무리들은
쌀 뿐만 아니라 귀하고 버려서는 안 될 것까지도
바람을 핑계로 바다에 수장시켰으리라
쌀 썩은 물살에 뒤섞인
깨진 밥그릇 국그릇 술병 꽃병들이
부서진 하늘이 드러난다
―[쌀썩은여] 전문
이집 저집 기웃거리며 눈이 내린다
오늘도 나는 파출수납가방을 들고
빨간 도장밥을 찍어대다가
눈 익은 아줌마를 졸라
가외로 적금 하나를 추스렸다
오늘도 대산국밥집 아줌마는
총각, 대출이나 좀 해 줘 뭔 서류가 필요한 겨
신용보다도 보증보다도
없는 이웃 한 분 한 분 만나는 일이 반갑다고
눈은 이렇게 퍼붓는구나
몇 푼 못 건진 가방을 들고
서산 대산 가파른 살림을 밟고 돌아오는 길
아까 만났던 아줌마가 또 아는 척을 한다
―[눈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