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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2814997
· 쪽수 : 330쪽
· 출판일 : 2015-06-25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_ 평범한 먹을거리에 대한 놀라운 감수성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일상의 맛들
작가의 말 _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소중한 맛들
아끼고 싶은 맛
또 하나의 미각 _ 손가락
산뜻함을 더하는 마법 같은 한 방울 _ 레몬
겸손 같은 건 필요 없는 강렬함 _ 고춧가루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골칫덩어리 _ 채소와 물
바람이 가져다준 응축된 맛 _ 식재료를 말리다
쓴맛과 아린 맛에 숨어 있는 깊은 맛 _ 채소 껍질과 꼭지
책 한 권이 가져다준 추억 속 맛과 냄새 _ 책
끝나기 직전의 깊은 맛 _ 숙성하다
현명하게 쓰는 신의 한수 _ 간장
갓 지은 밥의 또 다른 모습 _ 밥
자, 식사 시간입니다
언제든지 제자리로 돌아오세요 _ 젓가락 받침
세월이 갈수록 정은 깊어지고 _ 흰색 그릇
여럿이 함께하는 식탁이 알려준 배려 _ 덜어 먹는 접시
즐거운 식사를 위한 작은 센스 _ 콩 접시
모두가 즐기는 축제를 위해 _ 큰 접시
식탁에 놓인 상큼한 여유 _ 녹색 잎
음식을 살리는 아름다운 조연 _ 칠기
천 한 장으로 달라지는 식탁의 공기 _ 식탁보
자, 식사 시간입니다 _ 테이블 매트
품격을 위한 공손한 도우미 _ 나무 쟁반
존재 그대로의 매력 _ 그릇에 꽃을
요리하는 또 하나의 손
멈춰야 하는 순간을 아는 미덕 _ 주전자와 주둥이
요리하는 또 하나의 손 _ 조리 스푼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사이 _ 채반과 볼
주방의 맏형님 _ 소금 항아리
친절한 도움의 손길 _ 집게
나무는 재생한다 _ 나무 도마
둥그스름한 맛이 태어나는 곳 _ 나무 찜통
물기를 담은 천연 랩 _ 대나무 껍질
어린 시절 추억을 부르다 _ 김밥 발
면의 든든함 _ 무명천
편리함과 저속함 사이 _ 이쑤시개
천천히 조심스럽게 뜨거워지는 매력 _ 질그릇 냄비
제대로 된 물을 마시고 싶다면 _ 철 주전자
달빛을 머금은 천의 놀라운 변신 _ 리넨 행주
새로운 쓰임새로 다시 돌아오다 _ 숙우
냉장고를 위한 현명한 조치 _ 보관 용기
자연에서 온 유용한 조리도구 _ 돌
진정한 밥맛을 깨닫다 _ 도자기 밥통
오늘도 맛있는 하루
과잉과 절약 사이 _ 쇼핑 바구니
가족을 이어주는 끈 _ 나무 도시락통
멋진 티 타임을 알리는 신호 _ 차통
기분 좋은 하루의 마무리 _ 촛불
사려 깊음과 센스가 필요할 때 _ 선물
필요에 따라 사용해주세요 _ 앞치마
공간이 가진 의외의 기능성 _ 그릇 수납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순리 _ 설거지
정곡을 찌르는 활용법 _ 빈 상자
고즈넉한 시간을 위한 준비 _ 질그릇 주전자
때로는 가볍게 가끔은 무겁게 _ 음식과 무게감
리뷰
책속에서
아, 손가락이 좀이 쑤시나 보다. 너무 익어 버린 토마토를 꽉 움켜쥐고 덥석 한 입 베어 먹고 싶다. 얇고 부드러운 껍질을 손가락으로 지그시 쥐면 토마토 즙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손목에 길이 하나 생긴다. 그 길을 즙이 타고 내려올 때 나는 서둘러 핥는다. 근질거리는 느자극을 받아 빨갛다.
_ <또 하나의 미각 _ 손가락> 중에서
고춧가루는 매운맛만 있는 게 아니다. 매운맛의 뒤를 파헤쳐 보면 신맛, 쓴맛, 알싸한 맛, 그리고 단맛 등 다양한 맛이 숨어 있다. 그 조합이 중후하면서도 깊은 맛을 끌어낸다. 그러니까 고춧가루를 사용할 때는 아양을 떨어서도 안 되며 아부를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안 매워요? 괜찮아요? 겸손을 떨며 상대방의 얼굴빛을 살펴서는 안 된다.
_ <겸손 같은 건 필요 없는 강렬함 _ 고춧가루> 중에서
제철이 지나도 시간은 있다. 제철이 지난 후, 그러니까 숙성 단계라고나 할까.
한껏 숙성된다. 숙성한다.
정점에 달한 맛이 슬쩍슬쩍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할 즈음이자 조용하게 생명의 불이 꺼져가는 마지막 단계의 바로 직전이다. 숙성된 맛은 확실히 무언가가 과잉된 상태지만 그 안에 몰래 감춰진 것이 맛있다.
_ <끝나기 직전에 깊은 맛 _ 숙성하다> 중에서
간장을 조르륵 떨어뜨린 생달걀을 섞은 달걀밥도, 뜨거운 가지도, 알맞게 구운 고소한 반건조 생선도,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한층 더 맛있어진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 간장의 현명함이다. 요령 좋게 자기 자신만 멋지게 보이려고 하지 않고 다른 것들과 어우러져 그것들의 개성을 멋지게 완성시킨다. 무서운 재능을 가진 분이다.
_ <현명하게 쓰는 신의 한수 _ 간장> 중에서
밥은 식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 저금이 줄고 나서야 비로소 그 고마움을 알 듯. 무겁고 차가운 밥에는 씹으면 씹을수록 올라오는 듬직한 단맛이 난다. 점성이 좋고 아밀로오스가 낮은 것이 특징인 쌀이 식은밥에 어울린다고는 하지만, 이건 어울린다, 안 어울린다 그런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밥이 식으면 쌀알 속에 숨어 있는 무언가가 스멀스멀 정체를 드러낸다.
_ <갓 지은 밥의 또 다른 모습 _ 밥> 중에서
젓가락 받침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밥상의 구색과 매너를 위한 퍼포먼스용 도구도 아니다. 젓가락 받침은 젓가락이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곳이다. 돌아갈 곳. 그 소중함은 누구나 몸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먹고 살면서 그 어떤 힘든 일이 있더라도 ‘돌아갈 곳(가정이든 애인의 품이든 개인의 사정과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를 악물고 버틸 수 있다.
_ <언제든지 제자리로 돌아오세요 _ 젓가락 받침> 중에서
끽해 봤자 천 한 장을 펄럭거리며 펼쳤을 뿐인데, 그 순간 공기가 180도로 바뀐다. 좀 전까지 검은색 면에 불과했는데, 식탁보를 펼쳐서 덮는 순간 식탁이 온화해진다. 아기자기하게 짜여진 천의 부드러운 감촉, 식탁 아래로 늘어지는 천의 굴곡이 흔들리고 태양빛이 잠시 머무는 여유로움.
_ <천 한 장으로 달라지는 식탁의 공기 _ 식탁보> 중에서
쟁반을 사용하며 예의와 격식을 느낀다. 신성함까지 느낀다. 쟁반 위에 있는 동안에는 그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 불가침 영역이다. 내 것도 아니지만 네 것도 아니다. “그렇습니다, 신성하게 모시고 있습니다.”라고 쟁반이 말을 한다. 드디어 쟁반이 목적지에 도착하고 쟁반 위의 신성한 것이 내려온다. 그리고 눈앞에 놓이는 순간, 비로소 생선구이 접시도 과자 접시도 누군가의 것이 된다.
_ <품격을 위한 공손한 도우미 _ 나무 쟁반> 중에서
집게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친절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힘 조절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붙어 있는 부분을 기점으로 집게 끝의 각도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꾹 하고 힘을 넣으면 그만큼 끝이 모이므로 도중에 도망갈 염려도 없으며 얇은 레터스 한 장을 못 집어서 안달복달할 일도 없다.
_ <친절한 도움의 손길 _ 집게> 중에서
가족 중 누군가가 늦게 돌아오는 저녁, ‘혹시라도 배가 고플지도 모르니까’하고 반찬만 넣어 둔다. 다들 잠들어 있어도 도시락이 “잘 다녀왔어요? 수고 많았어요.”라고 반겨 주겠지.
도시락 뚜껑을 여는 그 순간에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설령 그 안에 밥과 반찬이 들어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_ <가족을 이어주는 끈 _ 나무 도시락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