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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예술경영/공연기획
· ISBN : 9788992913140
· 쪽수 : 824쪽
· 출판일 : 2012-12-24
책 소개
목차
Part 1 행복
01 1952년, 부산 21
02 음악에 눈뜨다 33
03 클리프 리차드의 추억 45
04 청개구리홀에 나타난 ‘4월과 5월’ 51
05 욕심 없는 마음 63
06 이종환을 만나다 67
07 음악으로 만난 수줍은 여인 73
08 샌드 페블즈와 함께 77
09 바다가 보이는 젊은 날의 풍경 87
10 아이디어 뱅크 전유성 92
11 맑고 고운 노래 [맷돌] 100
12 록커 이수만 108
13 방송국 DJ가 되다 112
14 《대학가요제》를 진행하다 119
15 MTV에 빠진 유학생 129
16 카페 헤밍웨이 149
Part 2 슬픈 마네킹
17 홍종화를 영입하다 161
18 뉴에이지 음악의 기수 171
19 댄스 음악의 진용을 갖추다 185
20 최초의 기획 아이돌 현진영 208
21 발라드로 돌아오다 228
22 신혼은 아름다워 234
23 흐린 기억 속의 그대 242
24 시장의 쓴맛을 보다 249
25 또다시 찾아온 낭떠러지 254
26 SM의 두뇌 유영진을 얻다 260
27 날개를 펴지 못한 유망주들 267
28 마흔셋에 낳은 첫 아이 273
29 H.O.T 캐스팅의 비사 280
30 캔디가 된 전사의 후예 303
31 본격적인 스타 마케팅 312
32 S.E.S와 누나부대의 출현 321
33 팬덤 문화의 빛과 그림자 333
34 해외시장에 도전하다 339
35 ‘신화’ 창조의 시작 347
36 초등학생 권보아 357
37 대륙을 향한 발걸음 368
38 SM 코스닥에 입성하다 380
39 SBS와의 갈등 389
40 Fly to the sky의 비상飛上 398
41 ID; Peace B 404
42 H.O.T의 해체 414
43 보아, 일본 열도를 삼키다 424
44 공금횡령 사건의 진실 436
45 신인가수 잔혹사 443
46 No.1의 대활약 453
47 동방신기 이야기 462
48 록 음악에서 길을 잃다 497
49 에이스의 그늘에 가려진 걸그룹 천상지희 506
Part 3 더 보이즈
50 멀티 유닛 슈퍼주니어 525
51 슈퍼주니어, 공연예술의 슈퍼맨이 되다 562
52 빛나는 컨템포러리 밴드 샤이니 577
53 함수 소녀들 f(x) 600
54 소녀시대, 소녀들의 시대를 열다 619
55 SM과 SNS 713
56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731
57 K-POP 대부의 리더십의 비밀 758
58 이수만의 CT론 768
59 젊은 경쟁자들 양현석과 박진영 774
60 버추얼 네이션과 SM의 미래 787
참고문헌 793
리뷰
책속에서
이수만은 1989년 내내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새로 차린 SM기획의 업무는 물론 방송과 카페 사업까지 차질 없이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음반까지 취입하려 시도했으니 몸이 이상신호를 보내오는 것이 당연했다. 그는 병원에서 내린 처방대로 휴식을 취하면서 몸을 추슬렀다. 그리고 내리기 힘든 결단을 내렸다. 음반에 들어갈 곡의 수를 여덟 개로 줄인 것이다. 이수만은 이전까지 보통 10곡이나 12곡 정도를 앨범에 수록했었다. 종래의 곡수를 고집했다가는 건강을 크게 해칠 것이 명백했다. 이제 그의 나이 서른여덟이었다. 앞으로도 할 일은 많았고, 더군다나 지금은 홀몸도 아니었다. 이수만은 자신에게 생긴 건강상의 문제가 혹시 암과 같은 불치병이 아닐까 해서 몹시 두려웠다. 그는 가까운 친구였던 포크 가수 김정호를 4년 전 초겨울에 이미 저 세상으로 허망하게 떠나보낸 적이 있었다. 절친한 친구의 요절에 솟구치는 눈물을 억지로 참아내며 이수만은 굳게 다짐했었다.
“길지 않은 인생이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자!”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오랫동안 소망해온 일을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무력하게 손을 놓아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수만은 방송사 관계자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하며 우선 방송일에서 손을 뗐다. 그런데 방송국 사람들 어느 누구도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만큼 성실하게 일해 온 이수만이 갑작스럽게 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주변에서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가 죽었다는 괴담이 그것이었다. 출처 불명의 근거 없는 헛소문은 급기야 이수만의 귀에까지 들리게 되었다. 소문을 접한 이수만은 쓴웃음을 지었다. 또다시 건강의 적신호가 켜진 그로서는 건강을 회복하여 음악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급선무였다.
이수만이 ‘물건’을 하나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1990년 초여름부터 방송가에 파다하게 퍼졌다. 이 소문은 곧 사실로 밝혀졌다. 후두염의 고통 때문에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어 1989년 하반기 이후 방송활동을 중단한 채 송파구 석촌동의 SM 스튜디오에서 현진영과 와와의 데뷔 음반 작업에만 몰두해온 이수만이 KBS의《연예가중계》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1990년 6월 30일 방송된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다소 야위기는 했지만 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TV 카메라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댄스 음악이 소리가 약하지 않은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댄스 음악을 잘 만드는 녹음실이라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년부터 외국에서 토끼춤이 크게 유행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에도 이 토끼춤이 상륙할 것으로 보고 춤 잘 추고 노래 잘 하는 현진영이라는 젊은 친구를 선발하여 준비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보기엔 토끼춤과 노래를 같이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음악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방송은 좀 쉬면서 올해는 음악작업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좋은 후배들을 양성해서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음악에서 사운드가 굉장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정말 좋은 소리를 내는 좋은 음악을 여기서 꼭 만들어내고 말겠습니다.”
몇 분간의 짧은 방송시간이었지만 이수만이 야심차게 내놓으려는 현진영과 와와의 댄스 실력과 음악적 내공은 대중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시청자들에게 연예가의 동정을 소개해주는 공중파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얼마 없었던 시절인지라 이수만은 현진영과 와와의 휘몰아치는 것 같은 강렬한 댄스 뮤직을 맛보기로 방송에 선보임으로써 천금과도 같은 광고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가 있었다.
보아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구리시에 새로 생긴 백화점에서 댄스 경연대회가 열렸는데 이 대회에 작은오빠가 출전했다. 보아는 오빠를 응원하기 위해 백화점으로 따라나섰다. 오빠의 춤 실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보아에게 그가 등장하는 무대를 구경하는 것은 즐거운 일상사였다. 참가자들의 경연이 모두 끝나고 입상자를 발표하기 위한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간이무대가 열렸다. 여동생이 춤을 잘 춘다고 권순욱이 주최 측에 알려준 덕분에 열린 번외 행사였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마자 득달같이 뛰어올라간 보아는 평소에 오빠와 함께 갈고 닦은 춤 실력을 맘껏 뽐냈다. 보아의 춤에 관람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보아의 특별무대가 끝나자 그녀의 춤에 반한 백화점 관계자가 다가와 몇 주 후에 열리는 결승전 무대에 찬조출연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결승전이 열리던 날, 보아는 백화점 측에서 제공한 무대의상을 입고 다시 무대에 등단했다. 오누이 모두가 화려한 춤 솜씨를 신나게 과시한 이날, 권순욱은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했다. 백화점 댄스 경연대회의 결승전이 열리던 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아의 운명을 바꾸어놓을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침 그 자리에 SM 엔터테인먼트의 캐스팅 디렉터가 와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춤 솜씨가 예사롭지 않음을 목격한 그는 즉석에서 보아에게 오디션을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그녀의 나이 겨우 열두 살 때였다. 가수가 될 꿈에 부푼 보아는 며칠에 걸쳐 열심히 오디션을 준비했다. 그녀가 부를 노래는 S.E.S의 「완전한 이유」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