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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2947107
· 쪽수 : 506쪽
· 출판일 : 2012-06-04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태경 - 그냥 그런 게 사랑 맞죠? 다들 그러던데. 그냥 좋긴 좋은데, 남들보다 좀 많이 좋긴 한데, 미래가 안 맞으면 미련 없이 헤어질 수도 있고, 가끔 한 눈도 팔 수 있고. 그냥, 그런 거지요? 그건 알겠는데, 그럼 나는 뭔지. 내가 하는 건 뭔지……. 사랑도 아니고 이건…… 미친 건가?
강천 - 사람이 사람한테 호감 갖게 되는 이치야 뻔한 거 아냐. 잘 맞아서 편하거나, 내 취향이거나, 뭐 나한테 필요한 게 있거나. 그런데 거기에 성욕이라는 요소 하나 더해졌다고 사랑이니 운명이니, 눈에 뵈는 거 없이 행동하고, 목숨 걸고, 난 그런 거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좋아 죽겠고, 붙어있고 싶어 미치겠고, 그런 거 그냥 다 종족번식의 본능에서 오는 감정일 뿐이잖아. 쿨하게 인정하라고, 다른 동물들처럼.
나카무라 - 전 그래도 사람에 중독되는 것보다는 술이나 담배에 중독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것들은 약간의 돈이 있는 한은 우리를 배신하지는 않잖습니까.
용기 - 청혼이 사업적인 제안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뭐죠? 어차피 인생이란 비즈니스 아닙니까? 어때요. 저와 함께 성공적인 인생 한 번 기획해 보시겠습니까?
잔디 - 원래 연애가, 아니 인간관계가 다 그런 거거든? 사람이 사람을 왜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누구나 자기한테 모자란 게 있으니까 그걸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거야. 나한테 필요한 사람을 찾아서 좋은 관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거, 그게 사랑이지, 뭐 별 건 줄 아니? 그러니까 내가 연애는 생필품이고 노동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네 어쩌네 해도 사실은 그걸로 내가 행복해지고 싶은 것뿐이라고.
혁진 - 남들이 나보고 항상 어쩜 그렇게 매사에 속 편하게 사냐고 한심해 하는 거 아는데, 솔직히 난 그런 걱정은 해봤자 아무 소용없다고 생각하거든. 어차피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거야. 몇 년 후에 누구랑 결혼할 지는 고사하고, 극단적으로 말해서 당장 내일 내가 숨 쉬고 살아있을지도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어? 세상에 아무리 똑똑하고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그건 몰라. 절대 하나님밖에 알 수가 없는 거라구. 그러니까 그냥 지금 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당장 내일 죽더라도 최대한 후회 없이 살어. 그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야. 내가 좋으면 그냥 나랑 만나. 앞으로 얘랑 잘 될까 말까, 잘 안되면 어쩌나, 그딴 거 걱정할 시간 있으면 차라리 오늘 저녁에 뭘 먹을까나 고민해.
윤 국장 - 진심은 상황에 따라서 어느 정도 가장할 수도 있지만, 타이밍이 안 맞으면 제아무리 진심이라도 아무 소용이 없게 돼. 사랑은 유기물이라서 유통기한도 있고 필요할 때가 따로 있는 거거든.
연희 - 한 인간을 안다는 것, 누군가의 한 행위를 진실된 맥락으로써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난해한 일인가. 그러니 다른 두 인간이 서로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 이른다는 건, 말 그대로 불가능에 무한수렴하는 일일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비단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부딪쳐 무너지는 꼴을 이 두 눈으로 지겹도록 봐 오지 않았던가. 이런 뻔한 인생의 저주를 어째서 나 혼자만은 피해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걸까? 참으로 어리석고도 어리석구나.
태경 - 사랑 받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만큼 힘들다는 거. 사는 건 어차피 다 똑같이 힘들고 누구나 자기 힘든 게 우선이니까, 사랑하는 사이라도 어쩔 수 없고……. 오히려 사랑 핑계로 서로 힘들게 하는 사이는 결국엔 민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거. 사랑한다고 서로 다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닌데, 당연히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삽질하게 된다는 거. 사람이 살면서 삽질을 안 할 순 없지만 어쨌든 삽질은 답이 아니라는 거.
가인 - 사랑이니 뭐니 하는 것도 그냥 사람마다 자기 편한 대로 정의내린 거에 지나지 않는단 생각이 들어. 인간이란 족속은 혼자 살기엔 너무 모자란 게 많지만, 또 아무하고나 같이 살기엔 너무 복잡한 존재니까. 그러니 어쩌다 적당한 상대 만나서 어렵사리 익숙해지고 나면 그 편안함에 집착하게 되겠지. 그런 걸 사랑이라고 이름 붙인 거 아닐까.
연희 - 그때도 지금도 난 내가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거에요. 나한테 사랑이란 그런 거에요.
상숙 - 사랑 따위 솔직히 뭔지 난 모르겠다. 관심도 없고. 다만 내 맘에 좋고 가지고 싶은 게 있을 뿐이지. 하지만 사람마다 타고난 복이 달라서 가지고 싶다고 다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과욕 부리다간 나 자신만 망가진다는 걸 지금까지 살면서 배웠다. 어쨌든 돈이고 사람이고 잠시 내 것이 될 순 있겠지만 나 자신이 될 순 없으니까. 결국 인생이란 각자 혼자서 가는 길이지. 그걸 잊으면 함정에 빠지게 돼.
동우 - 분명해. 외계인인지 뭔지의 농간이 끼어들기 전까진 지구도 절대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을 거야. 대체 뭘 그렇게들 따지냐고. 그냥, 다들 안아줄 사람이 필요한 것뿐인데.
강천 - 사람이 살아가는 데 그래도 자유나 취미생활만으론 충족되지 않는 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참 지긋지긋하고 답답하고 더럽지만, 그래도 결국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고서는 채울 수 없는...그러니까 한 마디로, 사랑 말이죠.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니...사랑이란 걸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