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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이탈리아여행 > 이탈리아여행 에세이
· ISBN : 9788992975803
· 쪽수 : 237쪽
· 출판일 : 2013-01-05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서문 _왜 당신을, 왜 당신을, 왜 당신을
1. 카니발
_로마 테르미니 역·아시시 코무네 광장
2. 너 어디로 가고 있느냐
_순례자의 경당·스폴레토
3. ‘타인’이 지옥이라면 ‘타인 없는 나’야 말로 지옥이다
_프란치스코와 나환우
4. 침묵 속에 떠오르는 소리
_카르체리 은둔소
5. 순례자 메뉴
_via S.Agnese의 레스토랑
6. 신의 은총이 있기를
_성 다미아노 성당
7. 깁고 또 깁다
_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8. 그곳은 참 평화와 기쁨의 세계
_성녀 클라라 대성당
9. 그대 영혼에 위로가 필요하다면
_포르치운쿨라 성당·천사들의 성모마리아 대성당사진가 후기
_빛은 어둠 속에서 눈부시다
책속에서
아시시 여정은 내게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성 프란치스코가 주님의 음성을 듣고 회개하며 거듭난 순서대로 그 발자취를 따르고자 한 과정에서 하느님은 항상 나와 함께하심을 알게 되었다. 우연이지만 우연이 아닌 보살핌으로 나를 이끄셨음에 감사하고 또 놀라워했다. 하느님께서 나를 만드셨다는 믿음을 놓지 않을 수 있었고, 순례 중 뜻하지 않게 일어난 일들도 모두 의미 있는 선물로 여길 수 있었다.
난 고요함과 침묵이 신에게 들어가는 문이며, 인간 영혼과 신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소음 너머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경질적인 행위를 낳는 소음은 인간의 영적, 정신적 근본 구조에 변화를 일으켜 고요함에 이르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내 몸과 영혼이 불안한 상태였기에 고요함으로 들어가기를 어려워했던 것이다.
성인의 이런 인간적인 모습은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내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흔히 ‘성인’이라 하면 위인다운 초월적인 행적과 성스러운 삶을 떠올리게 되고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 여기게 된다. 하지만 카르체리를 오가며 기도했을 당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상상해 보면, 그 마음이 지금 앞길을 몰라 헤매는 이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 또한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많은 이들의 비아냥에도 아랑곳없이 오직 주님 음성의 의미를 찾기 위해 기도에 전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