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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93094220
· 쪽수 : 520쪽
· 출판일 : 2009-04-03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딘가 모르게 광경이 달라보였다. 분명히 가부키초 뒷골목으로 들어왔는데 어딘가 별세계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다. 들려오는 소리도 다르다. 불빛도 이상하다. 빌딩 틈새를 빠져나와 쇼고는 상점들이 늘어선 거리에 섰다. 한데 들리고 보이는 모든 게 이상하다.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낯설다.
게임방이 있어 들어가보았다.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는, 축축 처지는 가요가 흘러 나왔다. 그 공간에도 역시 평소와 다른 소리가 섞여든다. 뿅뿅, 아주 단순한 기계음이다. 왜 여긴 스티커사진기도 하나 없지? 생각하면서 안으로 들어가보니 테이블 위에 게임기가 있고 젊은 사람들이 거기 앉아 게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사람들의 옷차림이…… 촌스럽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들이 하고 있는 게임은 나란히 날아드는 적기를 쏘아 맞히는, 하품이 날 정도로 단순한 것이었다. 게임기에 이름이 적혀 있다. 갤럭시안GALAXIAN. - 60~61쪽 중에서
나무가 무성한 정원 안쪽에 목조 건물이 있었다. 독신자들이나 살게 생긴, 싸구려 연립이었다. 그 연립의 이름이 뭐였더라? 그때도 희한한 이름이라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같은 이름의 꽃이 있지 않나? 했었다. 잠시 생각하다 떠올랐다. 후쿠주소. 그곳 103호에 아버지가 세들어 살았다고 했다. 여기 살 적엔 가난했었다, 고 아버지는 말했다.
‘지금 이 시대, 가난한 아버지에게 돈을 빌리자. 나는 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으니 그 점을 이용해 거짓말을 하는 거야.’
도요하시에서 온 먼 친척이라고 해볼까? 도쿄에 오자마자 날치기를 당해 쩔쩔매던 중에 사와구치 씨 생각이 나서 찾아왔다고. 혹시 믿어주지 않으면 몇 대 패서라도 돈을 빼앗으면 된다. 어차피 부모자식 간이니 그 정도의 작은 해프닝은 눈감아줄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 이 세계, 낡은 연립에 아버지가 살고 있다. 돈 나올 구멍은 거기밖에 없다. 아버지는 마흔 일곱이었으니 여기서는 스물네 살이다. 분명 회사에 다니는 월급쟁이일 것이다. 재수 없게 혼자 잘난 척이나 하는 회사원이겠지? - 92~93쪽 중에서
데이트를 하고 온 다음 날 밤 존이 전에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렉이 지금 건네는 정보도 굉장히 고맙긴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신제품에 관한 정보를 주면 지금의 몇 배가 되는 사례를 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던데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며칠 전에 만난 나오키가 한 말이 그대로 적중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존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최대한 감정 없이 말했다. “드디어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걸지도 모르죠.”
“정체라니?”
“그 사람, 스파이 맞아요.” - 221~222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