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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88993094831
· 쪽수 : 560쪽
· 출판일 : 2013-01-15
책 소개
목차
1막 미친 자 ... 008
2막 소심한 자 ... 052
사이 ... 088
3막 영리한 자 ... 094
4막 고지식한 자 ... 124
사이 ... 188
5막 미인 ... 206
사이 ... 285
6막 노인 ... 304
사이 ... 354
7막 모두 ... 370
8막 귀신 ... 418
9막 나 ... 512
10막 ... 552
작가의 말 ... 55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놈들의 시선이 부자연스럽다. 차가운 직관이 창처럼 머리를 수직으로 뚫고 지나갔다. 나는 이제 이 시계를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내 손에서 떠나보내게 될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이 시계는 내게 아주 소중한 것이다.
“내가 살지 못하는 쪽에 걸어.”
부자연스러운 시선이 웃음에 먹혔다. 킥킥거리는 소리가 번지더니 몇 놈들은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했다.
“뭡니까, 형님. 그라문 살든 죽든 시계는 못 돌려받잖습니까.”
“하긴 그렇군.”
창이 더 높고 뚜렷하게 솟구친다. 나는 답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곳에 걸 수가 없다. 오늘 나는 마지막으로 이곳에 섰고 마지막으로 내 방에서 나왔다. 나는 살아서는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렇게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얼굴로 서로를 돌아본 놈들 역시 그 사실을 알며, 이 내기에 돈을 건 놈들도 알고 있다. 내가 어떻게 그들이 이 사실을 아는 걸까 궁금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내가 어떻게 ‘아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 내기가 아니야.)
뒤엉킨 생각 저편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기괴한 남자의 환영이 질척한 암흑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 악몽 속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남자였다. 내게서 어둡고 파멸적인 부분만 정제하여 분리해낸 사람 같다. 그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질 수 없는 내기를 했다.)
뭐라고? 누구와? 언제?
(잊지 마라.)
이런 젠장, 잊어버렸단 말이야. 잊어버렸어. 으허헝. 기억해야 했는데. 난 몰라.
(상관없다.)
그의 말이 나를 가득 채웠다. 나는 그 말이 잊거나 잊지 말아야 하는 문제를 떠나, 내 뇌도 아니고 심장도 아니고 혼에 새겨진 말이라는 것을, 내 삶 전체가 그 말에서 시작되고 끝나리라는 괴상한 느낌을 받았다.
(네가 나라면.)
“네게 바치겠다.”
내가 입을 열었다. 여인과 주변 사람들 사이에도 당혹감이 퍼졌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당혹감이었다. 문득 내가 중대한 규칙을 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거부한 것이다.
괴상한 기억이 머리를 스쳐갔다. 여러 심판관들이 나를 가운데 두고 판결을 내렸다. “그의 혀에는 독이 담겨 있다.” 그들 중 한 명이 말했다. “다시는 입을 열지 못하게 하십시오.” “저주받을 혀를 먼저 빼앗아야겠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