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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외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3094930
· 쪽수 : 556쪽
· 출판일 : 2015-01-26
책 소개
목차
내밀한 비밀…… 순수한 죄악……
제1부
프롤로그
잘 가요, 아빠
부자로 가는 길
외할머니의 집
다락방
신의 진노
엄마의 이야기
몇 시간 같은 몇 분
정원 만들기
명절
크리스마스 파티
크리스토퍼의 탐험과 결과 보고
기나긴 겨울 그리고 봄, 여름
제2부
어른이 된다는 것, 더 지혜로워진다는 것
천국의 맛
비 내리던 어느 오후
친구를 찾아서
마침내, 엄마
뜻밖의 소식
나의 의붓아버지
파란색으로 칠해진 나날들과 검게 칠해진 하루
탈출
끝과 시작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외할머니는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 경멸 어린 눈길을 한참 동안 던졌다. 그러고는 엄마 손에 방 열쇠를 거칠게 쥐여 주고는 방을 나갔다.
갖가지 의문 중에서 한 가지 의문이 하늘만큼 높이 솟아올랐다.
왜? 우리는 왜 이 집으로 끌려온 걸까?
이곳은 안전한 피난처, 처소, 안식처가 아니었다. 엄마는 일이 어떻게 될지 틀림없이 알았을 것이다. 그러고도 우리를 쥐 죽은 듯한 한밤중에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 왜?
우리는 옷을 훌훌 벗고 있어도 서로 뭐가 부끄러운지 몰랐고, 그 차림으로 일광욕을 했다. 태양이 우리 창을 방문하는 짧은 시간 동안 햇볕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했다. 크리스와 나는 서로의 몸이 다르다는 것은 봐서 알았지만, 그에 관한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에게 우리가 한 일을 솔직히 말했다. 햇살 결핍으로 죽지 않으려고 일광욕을 한다고 말했다. 엄마는 크리스를 보았다가 나를 보더니 힘없이 웃었다. “그래, 괜찮아. 하지만 할머니가 아시면 안 돼. 너희도 잘 알겠다시피 허락하실 리가 없잖니.”
이제는 그녀가 우리들이 순수한지, 성에 눈 떠가고 있다는 흔적은 없는지 살피려고 크리스를 바라보고 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안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 어린아이일 뿐이라고 안심한 게 틀림없었다. 엄마가 그때 그러고 만 것이 화근이었다.
“더 나빠지고 계세요?” 약간의 죄책감이 뼈저리게 들면서 내가 물었다. 나는 그가 죽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된 일임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우리의 구원을 의미했다.
“그래.” 엄마가 침통하게 말했다. “훨씬 나빠지셨어. 오늘내일하신단다, 캐시. 오늘내일. 병색이 얼마나 완연한지, 얼마나 고통이 심한지 모를 거다. 아버지가 가시면 너는 자유의 몸이 될 거야.”
이런, 바로 그 순간에 그 노인이 죽기를 바란다니 나란 인간은 마귀와 다름없었다! 하느님이 용서해주시기를. 하지만 우리가 계속 갇혀 있는 것도 옳지는 않은 일이었다. 우리는 바깥에, 따스한 햇살 아래로 나갈 필요가 있었고, 새로운 사람을 전혀 만나지 못하여서 외롭고 허전했다. (……중략……)
피곤한 기색의 엄마가 얼굴만 들이밀고 문 앞에 서 있었다. “고비는 넘기셨다…… 이번에는 회복하실 거야.” 문이 닫혔고, 돌진하던 희망과 함께 또다시 우리끼리만 남았다.
그날 밤에 내가 쌍둥이를 침대에 누였다. 엄마가 거의 하지 않는 일을 대신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들의 볼에 입을 맞추고 그들의 기도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었다. 크리스도 제 몫을 했다. 쌍둥이는 우리를 사랑했다. 그들의 그늘진 크고 푸른 눈을 보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이 잠든 후에, 우리는 달력의 또 다른 날에 X 표시를 하려고 갔다. 8월이 다시 왔다. 이제 우리는 이 감옥에서 1년을 꽉 채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