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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3335538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젊은 날의 초상
멀어지는 유년시절
소년의 첫사랑
유일한 사랑
향수
제2부 젊은 날의 꿈
위대한 영혼
사랑에 관한 낡은 이야기
행복의 비밀
독서가 예견하는 길
연애편지
화가의 시선
구름을 명상하다
제3부 젊은 날의 방황
불면의 시간
죽음의 의미
종교의 의미
오래된 세계와의 재회
세계의 단일성
삶의 한가운데서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윽고 내가 일어서자, 베르타는 내가 그녀를 동정하고 있다는 것을 나의 눈빛을 보고 알았다. 베르타 역시 몸을 일으키며 격정에 불타는 분노한 듯한 눈길로 나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내가 연민의 정으로 한 손을 그녀 앞으로 내밀었을 때 베르타는 두 손으로 내 손을 붙들고 얼굴을 그 안에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의 뜨거운 눈물이 떨고 있는 내 손등 위로 흘러내렸다. 나는 당황해 하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나의 두 손을 얼굴에 댄 채 흐느끼며 두 어깨를 들먹거렸다.
만일 이것이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하여 내 영혼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그러한 사람이라면, 나는 이 사랑스러운 여인의 목덜미를 매만지고 키스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내 몸 안의 피는 서서히 식어 가고 있었다. 나의 청춘과 젊음의 긍지를 바치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여자가 지금 발밑에 꿇어앉아 있다는 사실이 왠지 수치스럽고 괴로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 멀어지는 유년시절
나는 장난감과 유행하는 상품이나 사치품들이 그저 무익하고 비속한 물건들이 아닌, 단지 돈만 탐하는 업자나 상인들의 고안품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오히려 그러한 것들은 정당하고도 아름다우며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이 단 한 가지의 목적 즉, 사랑에 봉사하고 감각을 섬세하게 하며 아무것도 소생할 수 없는 죽음의 세계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분과 향수로부터 무도회에 이르기까지, 손가락에 낀 반지로부터 담배 넣는 통, 또 허리띠 장식으로부터 핸드백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사랑의 도구들로 마술적인 힘을 부여해 주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작은, 아니 오히려 크다고 할 수 있는 무한한 세계임을 알게 된 것이다.
- 사랑에 관한 낡은 이야기
이렇게 육체는 잠들고 영혼만의 시간인 밤이 찾아와 불안 속에서 잠 못 이룰 때면 현실의 사슬을 벗어 버리고 생명감으로 넘치는 영혼의 충만감에 또다시 놀라게 될 것이다. 때때로 우리의 인생이 형식뿐만은 아니라는 점, 우리가 모든 외적인 것에 의해 작용되거나 변화되지도 않는 위력을 우리 내면에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목소리가 우리의 내면에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 진실된 자와 그 어떤 신앙을 가진 자는 이러한 목소리에 경의를 표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 채 그러한 시간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 불면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