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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3342420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5-05-1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21
네오노마드 …021
두바퀴 …023
세상의 끝 …024
1장 서울 …026
고시원 …028
날개 …037
2장 인도…046
신들의 땅, 인간의 땅, 혼돈의 땅 …050
세상의 끝 …063
구원 …086
사막별 …101
지옥 …124
탈출 …134
인도 여행을 마치며… 148
3장 영국…150
외국인 노동자 …152
조건 없는 사랑 …169
떠남 …175
4장 유라시아…196
주사위 …198
선택 … 238
현기증 …272
세상 …290
에필로그 … 314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당시 난 아버지가 몹시 싫었다. 아버지는 나랑 대화할 때마다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처럼 살지 마라, 네 엄마와 이혼한 이유는 어쩌고저쩌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게 ‘희망’까지는 아니지만 당신 자식은 잘 살길 바라는 ‘바람’으로 사랑을 왜곡되게 표현하셨다. 조금이라도 삐뚤게 나가려고 하면 그대로 맞았고, 밟혔고, 윽박당했다. 내가 나의 꿈을 가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고 말 그대로 아버지가 주입한 꿈이 마치 내 꿈인 마냥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이유도 없이 달려야 했다.
난 세상에서 아버지가 가장 무서웠지만 아버지를 신뢰하진 않았다. 그 당시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싫었다. 16살 때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멋과 이성에 눈을 떴고, 또 소위 잘나가는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아버지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또 조그만 고시원 방에서 ‘삼국지’, ‘초한지’ 등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 멋지고 야망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며 뜬구름을 꾸기 시작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그랬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인생의 희노애락이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고 했는데, 내 경험상 그건 아니었고 아버지가 의절하기 전에 말씀하셨던 게 생각났다.
“인생,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으면 마음대로 해봐라. 그 대신 내가 장담할건데, 너는 양아치처럼 살다가, 세상에 이리저리 데이면서 그날그날 하루 막막히 살 것이고 또 그러다가 여자 만나서 애라도 가지면 그때부터 네 머릿속에 지진이 날 거다, 내말이 틀렸는지 봐라. 뒤돌아보고 후회하기엔 인생 너무 짧다 이 새끼야!”
회환의 눈물을 흘리면서 의식을 잃어갔다. 대충 얼마쯤인지는 모르겠으나 누군가 현관을 강제로 따고 나를 흔들어 깨웠으나 못 일어났고 응급실로 실려 갔다. 알고 보니 그녀가 내가 진짜 죽을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던 모양이었다. 병원에서 퇴원을 한 뒤 나는 그녀의 어머니한테 이 사실을 말하였고 그녀의 어머니가 데리러 오기 며칠간의 시간을 그녀와 함께 눈물로 보냈다.
자존심의 승리였다. 타협하지 않았다. 간신히 시동을 걸어 다시 기어 올라갔다. 구간을 넘는 중 해발 3,000m가 넘는 고갯길(pass)도 두어 개 넘었고 중간에 다이너마이트 폭발 현장에서 1시간 남짓 기다린 후 다시 기어갔다. ‘라다크’를 향하여. 어떤 유명한 사람이 라다크를 인류의 마지막 도시라고 지칭했는데, 그 의미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빨리 이 낭떠러지를 벗어나고 싶었다. 마침내 밤 8시가 넘어서 인도 최북단 도시 라다크로 입성하는데 성공하였다. 기뻤다.
어느 순간부터 제대로 된 성취감을 맛보지 못한 상태라 그런지 값진 전리품이었다. 3박4일 간의 정신적, 체력적 사투 끝에 찾아온 휴식. 난 라다크에 매료되어 2주 동안 머물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