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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3450200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6-05-30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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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랜만에 기억의 상자를 다시 열어 본다.
온갖 감정의 잡동사니들이 서로 뒤엉켜 있지만, 시간이란 하나의 긴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미로 속에서도 실 하나로 길을 찾아낼 수 있듯이 하나하나 만져 보고 놓아 주며 울고 웃는다. 버리지 못해 모아 간직해 둔 기억의 파편들.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시들어 버린 말들. 신화처럼 아득한 옛이야기가 되어 버린 상처들.
망각의 강을 넘지 못하는 것은 미련일까.
혼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어머니의 모습.
혼탁한 연못 속에 비치는 찬란한 햇살처럼 수많은 조각으로 쪼개져 눈이 부시다.
둘도 없는, 하나이면서 다양한 모습의 어머니.
그날 이후로 나는 낙동강에 가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리 기억을 되돌려 보아도 그날이 마지막 날이었다. 이런 감정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이 낙동강에게 미안했다. 사실 낙동강은 나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다. 낙동강을 멀리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감정을 만들고 그것을 생각으로 정착하게 한 것은 나였다. 나는 낙동강을 싫어하게 된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할 때 마다 낙동강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져 갔다.
낙동강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나는 나이가 들었다.
“너 왜 공부하니?”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B의 머릿속에는 놀기만 하던 철부지만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나름대로 내 생각을 털어놓았는데 그때 한 말들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횡설수설한 것 같다. 하지
만 그의 질문은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그런데 유학을 가서 똑같은 질문을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왜 한국에서 공부 안 하고 독일로 왔는가? 왜 여기까지 와서 공부를 하려고 하는가?”
대답을 해야 했다. 막연하게 품고 있던 것을 말하고 말았다.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