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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93480948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3-05-1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결과는 역시 양성이었다. 선생님 말대로다. 그리고 내가 임신했다는 걸 아는 순간 모든 것이 납득이 갔다. 츠루카메 조산원 사람들과 만난 것도, 나나코 씨의 출산 현장을 지켜본 것도, 어제처럼 아름답게 노을 진 바다를 본 것도, 섬이 특별히 내게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태풍이 와서 나를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나는 엄청나게 겁쟁이였고 뭐든 자기중심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보다 훨씬 더 큰 것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여간 선생님뿐만 아니라 섬사람들은 잘 웃는다. 예를 들면 아이가 콧물을 흘리며 울고 있다거나, 누구 양말에 구멍이 났다거나, 그런 작은 일이라도 발견하면 깔깔 웃는다. 처음에 나는 그게 뭐 그리 우스운지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점점 알게 됐다. 섬에는 오락이 적어서 작은 일에도 재미를 발견하고 모두 공유하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섬사람들이 생각해낸 섬에 사는 지혜일 것이다. 실제로는 사소한 일이어도 다들 큰 소리로 웃는 동안 정말로 재미있어져서 그때까지 안고 있던 고민과 걱정 같은 게 뭐 어때, 될 대로 되라 그래, 하는 기분이 돼버린다. 식사도 그렇고 웃는 것도 그렇고, 많으면 많을수록 기쁨이 커진다는 것, 지금까지는 모르고 살아왔다.
“큰 나무에는 큰 그림자가 생기고, 작은 나무에는 작은 그림자밖에 생기지 않아. 카메코는 누가 봐도 크고 훌륭한 나무야. 그런데 그렇게 밝고 건강하기 때문에 그 내면에 새까만 그림자를 안고 있는 건지도 몰라.” 주인은 숙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선생님의 밝은 부분밖에 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림자 부분도 포함하여 통째로 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정말로 사랑하는 것이다. 주인은 분명 진심으로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다. “한 가지, 좋은 거 가르쳐줄까.” 주인은 장난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았다. ‘뭐예요?’ 눈으로 물었다. “인생에 가장 슬픈 일 있잖아? 그걸 얘기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증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