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언제나 뜬눈이다

1부
두구동 산 십 번지
변산에서
와인 한 잔
독일 빵집
황사주의보
번지점프
베델 소아정신과 병원
램브란트 치과의 반란
어느 휠체어의 고백
하얀 교향곡 1번
철거지역
퀵 써비스
제 5부두
갤러리에서
철거부대
칠월의 전시회
세발 낙지
귀농 학교
MRA 촬영실에서

2부
이월의 사랑
호산리 들판
고갱의 봄날
이식
여름밤의 반란
이사도라 던컨
모델하우스
손바닥 선인장
허리케인
퓨전거리
봄은 물속에 길을 낸다
티베트 지나며
꿈속의 꿈
잠 속의 가변차선
건강진단
X - RAY
심장 조형술
불면증
길은 언제나 뜬눈이다

3부
행복인쇄소 지나며
어머니의 가을
겨울 입문
교외
구포 장날
경칩 무렵
다대포 해넘이Ⅱ
욕지도 Ⅱ
전혁림 2
자연사 박물관 근처
소화기
옛집
폐선
연탄론
봄 도다리
아구찜
공동 어시장

4부
민들레꽃
태백 가는 길
봄 보아라
소래 포구
연화도
황태덕장
지심섬에서
하짓날
소병도 동백
다시 곰소벌에서
석남사 공양주
처서 이후
매항리 들녘
공곶이 들다
동래 학춤
사월에 내리는 눈
겨울 농막에서

해설- 하현식- 현실인식과 미의식

철거지역

굴피집 처마 끝에서 포클레인이 홰를 친다
노란 살수차가 새벽 산동네 단잠을 깨우자
젖은 먼지가 을씨년스런 거리를 누빈다
콘크리트 더미에서 요란하게 새어나오는
철지난 전화번호부가
다이얼을 돌리며 안부를 묻는 동안
재개발 택지 분양 플랜카드가
부푼 몸을 날리며 햇살에 눈을 뜬다
비닐하우스의 골담초는
봄을 기다리며 세간들을 살피고
떠도는 개똥지빠귀새 추운 어깨에
살풀이구름이 내려앉는다
찢긴 연체료 고지서가 수화를 건네며
검은 입술에 묻은 상처를 펄럭이고
왼쪽 어깨가 밀려나간 외등이
백미러 속으로 뒷걸음질 친다
멈춰버린 괘종시계는 언제나
뜨거운 정오를 울리며 저무는 하늘을 가리킨다
도시의 팽팽한 오후가 하수도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골목길은 말 잔등처럼 출렁거리며
어두운 길목에서
희미한 등불을 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