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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3506389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2-01-31
책 소개
목차
펴내는 글 아리수 강가에서 만난 인연 -조용자 04
바닷가 고향마을 외 2편 김극준 10
행복 지수 김상하 28
어머님의‘ 말이다’ 외 2편 김언홍 34
김국 외 2편 김융기 46
여보 나 이뻐? 외 2편 김종숙 61
추억의 양말 외 2편 박말숙 79
배추 폭을 묶어주는 날 외 1편 박영희 94
나의 어머니 외 2편 박윤주 104
팔삭둥이 외 1편 방인자 121
홀로서기 연습 외 2편 안광원 130
오빠 이야기 외 1편 안덕자 142
새끼손가락 외 1편 윤난순 151
이런 일 저런 일 외 2편 윤만영 163
개똥이 외 1편 윤상근 176
60이후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외 2편 이동근 184
꽃샘추위 외 1편 이석용 200
늦가을 들기름 외 2편 이순자 210
땅 이야기 외 2편 정유순 219
검지야! 검지야! 외 1편 조용자 237
보물 창고 외 1편 최종미 245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들은 가끔 등 뒤로 다가와 나를 살며시 끌어안으며 엄마 냄새가 난다며 좋아했었다. 적어도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와의 대화가 뜸해지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여자 친구가 생겼노라며 싱글벙글했다.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내가 친구로부터 딸을 낳으면 아들 하나를 덤으로 얻게 된다는 말을 듣게 된 것이. 덧붙여 말하기를 아들을 낳으면 뺏기는 것이라는 말도. 그러면 아들뿐인 나는 그냥 헛농사를 지은 셈인가? 그때는 그냥 한 귀로 흘려듣고 말았는데 요즘 와서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김언홍 「입맛」중에서
내 생후 그렇게 많은 별이 그렇게 가깝게 잡힐 듯이 떠있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나와 별이 함께 우주 속에 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큰 별들이 더 큰 별들이 내게 말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말에 대꾸도 못하고 그냥 입을 벌리고 서서 보기만 했습니다.
‘아!’ 하는 감탄사 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수한 별 가운데 있는 큰 별들은 이름이 있을 터인데 나는 그 이름을 하나도 몰라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그 새벽 그 별들은 내 창문 위에서 나를 위해 빛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동트기 전의 진한 어둠이 희붐했던 것이 별빛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자주 커튼을 젖힙니다. 그러나 또 그런 광경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윤상근 「이런 별을 보았소」중에서
돼지갈비에 배를 갈아 넣고 갖은 양념으로 버무리어 푹 졸였다. 문밖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할머니 오셨어요!”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어떻게 알았어?” 했더니“ 할머니 냄새가 났어요.” 한다. 아마 녀석들에게 내 냄새는 구수하고 달큼한 돼지갈비찜 냄새로 각인된듯하다.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를 형들에게 뺏길세라 치마꼬리를 잡고 따라다니던 막냇손자가 쭈글쭈글하다며 내 손을 만져본다. 늙어서 생긴 주름살이라 했더니 늙으면 하늘나라 가는 것 아니냐며 언제 갈 것인지 눈만 마주치면 대답하란다. 아마 하늘나라가 어느 여행지쯤으로 아는 모양이다. 귀여운 손자의 재롱에 살짝 마음을 다친다.
-윤난순 「할미꽃 향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