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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3506693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3-01-21
책 소개
목차
펴내는 글 _ 일곱 살의 봄 - 김언홍 ……………… 04
수필사랑양평 연혁 ………………………………… 245
김종숙 ………………………… 12
서러운 동행
독(獨)이 불러온 독(毒)
자낙스(Xanax)
윤난순 ………………………… 28
부끄러운 기억
양수리 물길을 따라
조용자 …………………………… 40
삼방녀(三方女)
나, 서울 간다
10년을 읽는 시집
김언홍 ………………………… 56
긴 머리
3급 건망증
김상하 …………………………… 66
빛과 어둠
장미를 베어버리다
김융기 ………………………… 73
우리 개가 달라졌습니다
금고기 할머니
주전골, 또 가고 싶구나!
안덕자 ………………………… 85
선생님의 주례사
내 인생의 마지막이 전성기였으면
윤만영 ………………………… 93
또, 오시영
욕심쟁이 늙은이
낚시꾼
윤상근 ………………………… 107
고추 말리기
65세
이동근 ………………………… 117
분서잠(焚書箴)
내게 남은 마지막 하루
계곡물 소리
정유순 ………………………… 133
고향 가는 길을 묻다
소리가 있는 세상
화인각(火印刻)_산불현장을 보고
김극준 ………………………… 148
이방인
개와 나
그 집 앞
박말숙 ………………………… 165
전철 속 풍경
사람이 그립데요
박영희 ………………………… 176
딸과의 만추 여행
런던아이(London Eye)와 컵라면
장애는 죄가 아니다
방인자 ………………………… 190
친정 엄마
아들과 어버이날
안광원 ………………………… 199
어느 가을에
우선순위
자연과 더불어 살려면
염혜순 ………………………… 212
김장 4
그네
이석용 ………………………… 225
할아버지의 짝사랑
먼 기억속의 그 시절
이순자 ………………………… 238
오미자의 추억
신병 교육대를 찾아서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울이 싫어졌다. 남편의 사업을 정리하고 33년 동안 살았던 서울을 떠나 시골로 들어왔다. 비포장도로였던 자갈길을 경운기를 타고 나갈 때면 덜커덩덜커덩 오장육부가 흔들리고 엉덩이도 몹시 아팠다. 모든 게 불편한 시골 생활은 몸을 바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잠깐이나마 망각의 여유를 갖게 했다.
그때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뉴스가 발표되자 갑자기 도로를 넓히고 포장을 하기 시작했다. 잘 뚫린 도로 옆에다 사업장을 내고 부지런히 일하면서 시골 생활에 적응해 갔다.
한창 사업이 잘될 무렵 나는 암에 걸렸고 10년 후 남편도 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았다. 사업장을 정리한 후, 산을 두르고 강을 끼고 있어 경치가 수려한 양평으로 삶터를 옮겼다.
전철에서 내다본 창밖의 풍경은 한국의 수도답게 고층 건물과 아파트가 키를 자랑하며 서 있고 차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간다.
아! 서울이구나. 반세기가 훌쩍 지나는 동안 나날이 발전한 서울의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 나의 드림랜드였던 서울. 강산이 다섯 번이나 바뀌도록 살아온 희로애락의 필름을 되돌리며 감회에 젖는 사이 양평에서 출발한 전철은 한강을 지나고 있다.
나, 오늘 서울 간다.
_조용자 ‘나, 서울 간다’ 중에서
아침에 절여 놓은 배추는 저녁 무렵이 되니 숨이 죽어 커다란 플라스틱 함지가 푹 들어갔다. 소금물 속에서 몇 시간 지나니 배추가 부드러워지며 적당히 간이 밴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여겨졌다.
살아있는 배추는 김치가 되질 못한다. 김치가 되기 위해 자신의 싱싱함을 버리는 배추, 절여진 배추는 조금 전의 뻣뻣하게 살아있던 그 배추와는 전혀 다른 무엇이 되는 것이다. 어느새 세포 사이마다 소금기를 머금고 간이 맞는 새로운 이름‘ 절임 배추’가 되었다.
숨이 죽은 배추들을 서너 번 씻어 광주리에 담아 물기를 빼고 아이들이 도착하기 전에 집안으로 들여 놓았다. 다음날은 몹시 추워진다는 일기예보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피곤한 몸으로 수고하는 게 안쓰럽기 때문이기도 했다. 게다가 내가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힘겨운 일을 거들어 줄 것을 기대하게 될까 봐 조심스럽기도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그것으로 즐겁게 감당하면 행복하겠다는 마음이다.
뒷마루 가득 씻은 배추를 들여놓고 보니 제법 양이 많다. 다음 날 아침 미리 만들어 놓았던 배추 속을 적당히 절여진 배추에 비벼 넣으니 이건 또 다른 모습이 된다.
_염혜순 ‘김장·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