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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여행에세이 > 해외여행에세이
· ISBN : 9788993506884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3-06-08
책 소개
목차
가슴 떨릴 때 떠나야 한다-서문
하나,
나를 찾는 여정
바그다드 카페 _시리아 10
사막에서 만난 여인 _실크로드 20
호반 위 불멸의 연인 _루체른 33
파랑색 도화지 _티베트 45
이카로스의 꿈 _크레타 55
둘,
여행에서 만난 사랑
아웃 오브 아프리카 _케냐 68
사랑 너 하나만 _옹플뢰르 81
왕이 사랑한 두 여인 _쉬농소 91
사랑은 아픈 것 _멕시코시티 100
사랑은 장난이 아닌 것을 _나가사키 110
셋,
가슴으로 보는 여행
상상 속의 세상 _캄보디아 124
별은 내 가슴에 _아우슈비츠 135
산 자와 죽은 자 _바라나시 145
성경 이야기 _요르단 156
쇼팽과 피아니스트 _바르샤바 165
넷,
느낌 있어 좋은 곳
여인의 노래 _리스본 180
브라보 _안트워프 190
집시의 노래 _부다페스트 203
장미 한 다발 당신에게 _바르셀로나 214
책갈피가 된 두 개의 네 잎 클로버 228
저자소개
책속에서
일자눈썹도 더 진하게 검정색으로 선을 긋고 나머지는 모두 빨간색으로 멋을 냈다.
머리엔 터번 모양의 빨강색 모자를 쓰고 장미모양의 빨간 꽃이 수놓인 드레스를 걸쳤다. 입술도 빨강색 립스틱으로 마무리를 했다. 침대를 통째로 실어 전시회로 이동하는 그녀의 환한 얼굴과 화려한 드레스가 오히려 슬퍼보였다.
디에고와 함께한 25년을 얼마 앞두고 어느 날 프리다의 일기장엔 마지막 글이 쓰여 진다.
“I hope the exit is joyful and I hope naver to return(나의 마지막 외출이 즐겁길, 그래서 다신 돌아오지 않길).”
마지막 장면은 작품‘꿈’에 2층으로 된 침대에 실제의 그녀와 해골의 그녀가 누운 장면이 나오면서‘Burn it blue’란 곡이 흘러나온다. 질펀한 질곡의 삶! 포기 할 수도 없었던 삶! 거울이 자신이었고 일기장이 친구였던 삶! 지금 떠나는 이 길이 죽음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죽음 같은 삶을 떠나 진짜 삶을 찾아 가는 듯 후련히 떠나는 거울공주 프리다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다소 리듬있는 음악으로 마무리 했다.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눈을 비비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외로웠구나! 많이 아팠구나!
너무 아파서 아프다는 말도 하지 못했구나!
이리 온! 내가 안아줄게!
다음 생애에는 외롭지도 아프지도 마라!
‘사랑은 아픈 것 _멕시코시티’ 중에서
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이 브람스란 아저씨가 만든‘헝가리 무곡’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나라였다. 21곡의 헝가리 무곡은 브람스가 헝가리 집시 음악을 수집하여 피아노 연탄곡으로 편집했다. 우리가 접하는 곡은 후에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된 것이다.
나는 헝가리 무곡 1번을 제일 좋아한다. 즐거운 듯하면서 슬프고 고된 삶의 신음을 내는 듯하다가,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것 같아 집시의 삶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헝가리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헝가리 사람들 대부분이 집시인 줄 알았는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몇 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브람스 아저씨의 헝가리 무곡의 강한 이미지 때문에 헝가리를 집시의 나라로 착각하게 하였던 것이다. 헝가리에 사는 절대다수의 민족은 우리와 많이 닮아 있는 마자르 족이다. 헝가리 무곡이 헝가리 민속 음악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음을 알았다.
나는 지금 부다의 높은 곳, 어느 모퉁이에서 도나우 강을 거만하게 바라보고 있다. 예전 왕이나 귀족들이 강 건너 민초들이 살았던 곳을 무시하듯 내려다봤던 것처럼 나도 그런 귀족의 한 사람이 되어 페스트 지역의 야경을 깔보고 있다. 도나우를 가로질러 맘껏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다리가 하나 유난히 눈에 띈다.
세체니 다리이다. 세체니는 동서유럽을 연결하는 도나우 강을 자신의 하인이나 되는 듯 두 다리를 벌려 아래로 기어가게 하고, 밝고 화려한 조명으로 깔아뭉개고 있는 무례함을 보이고 있다. 황금 한 덩어리로 빚은 것 같은 국회의사당도 어둠을 윽박지르는 듯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이 거만스러워 보인다. 도시 전체가 호수나 되는 듯이 하늘에 떠있는 은하수 무리를 떠안은 듯 반짝이는 모습이 잘 접어진 손수건에 코를 풀어 펼친 것처럼 보인다. 난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야경에 넋을 잃고, 천박한 시기 질투로 독설을 쏟아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