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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3541397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15-11-01
책 소개
목차
제1부 눈썹 그리기
몽유도원도
촛불
굿바이, 라일락
오래된 음반
짜장면
홍어
출항의 저녁
공중전화
호모 노마드
두 개의 달
소처럼
아리랑고개를 넘어간다
폐건전지
꾸불꾸불 꿈틀꿈틀
눈썹 그리기
제2부 옷걸이
만년필 몽블랑
스프링 소나타
정거장
러브 버그
아날로그 사랑
외로우신 하느님
옷걸이
유리 조심
겨울산
모닥불
국수를 삶다
순간
유치한 사랑
바이올렛
빙하기
눈 위에 쓰다
제3부 만찬 이후
덧신 한 켤레
옥수수
만찬 이후
임종 이후
슬픈 밥상
어떤 문상
부재
제비꽃
아버지의 도넛
선풍기
손가락 화석
천도재(薦度齋)
언니의 날개
낭랑 19세
비밀의 방
제4부 잠잠
자전거 타는 한강
4월에서 4월까지
김밥 할머니
감나무도圖
프리 허그
가까이 오실래요?
달에 홀린 삐에로
접시
넥타이
잠잠
신종말론
목인木人박물관
참혹한 봄
글러브, 글러브 좀 풀어줘
해설
생의 덧없음을 건너는 덧신의 서정_ 김선굉
저자소개
책속에서
스프링 소나타
드디어 막이 오르고
연주가 시작되네
어린 손톱 속 반달같이 작고 여린
피아니시모에서 피아노 메조피아노 포르테...
크레센도로 자라는 음표들 연둣빛 멜로디
느티나무 아래에서 듣네
마음속 오래 간직한 말
수천수만의 입술 달싹여
사랑한다 사랑한다 나직이
속삭이는 첫사랑의 새순
아프게 밀어 올려 수줍게
수줍게 노래하네 4월에서 5월로
악보를 넘기며 그대에게 흘러가는
스프링 소나타,
연둣빛 귀를 열고
들어주면 좋겠네 느티나무 아래서
글썽이는 눈을 감네 그대의 발자국
소리 크레센도로 들려오네
러브 버그*
“당신을 사랑합니다.”
달콤한 이 말이 정말 달콤할까요?
달콤한 그 말이, 매일 떠오르는 해와 밤하늘의 달과 별, 나무와 풀, 새들의 울음소리까지도 어제와는 아주 다르게 보이는 이상한 증상을 만드니까요.
가슴이 심하게 쿵쿵거려 급기야 터져버릴까 겁이 나요.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져 정신과에 찾아가도 병명을 알 수 없다더군요. 이러다 가족도 친구도 일도 뭐도 모두 허물어져 버릴까 두려움이 먹구름을 만들어내요.
어느 나라에서는 ‘사랑’이 무섭다고 느낌만 감지되어도 바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라고 공지했다더군요. 부랴부랴 바이러스 예방 백신을 만들고 만약을 대비해서 고효능 치료약까지 준비했다고 합니다. ‘사랑’이 만들어낼 끔찍한 혼돈을 생각조차 하기 싫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당신을,
정말, 사랑, 해도, 될까요?
* 한때 유행한 컴퓨터 바이러스의 하나. ‘I love you’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클릭하는 순간 침투하여 컴퓨터 안의 모든 파일을 파괴하고, 이메일 주소록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자동으로 편지를 발송할 정도로 당시 어떤 바이러스보다 강력하고 확산 속도도 빨랐다고 한다.
국수를 삶다
세 해 만에 돌아온 그를
다시 보내고, 그 여자
국수를 삶는다
빳빳하던 국수가락
이내 무릎을 꿇지만
그래도 참을 수 없다는 듯 부르르 끓어오르는
국숫물, 위에 찬물 한 그릇 끼얹는다
심호흡하며 가라앉다가
불쑥 다시 끓어오르는 면발
얼른 불을 끄고, 눈물 같은
찬물로 한참 헹군다
젓가락에 감기는
너그러운 면발
설겅설겅
허기진 한 시절을
또 그렇게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