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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632583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6-12-14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강 물 늪 |나라의 일상
구자명 금빛의 조건 |모자(帽子)
구준회 백팔배 |사람 병
김민효 나충만의 순정한 거짓말 |사진을 떼어낸 자리
김의규 속음과 속임의 틈 |길라잡이
김정묘 기억의 꽃 Ⅰ |지금산에 사는 벽려씨
김진초 가을 수제비 |땡감의 우울증
김 혁 몽골의 초대 |울란바타르의 밤
남명희 철부선의 죄수들 |그리마
배명희 붉은 원숭이
심아진 두 자매 |모의
안영실 앵두의 계산법 |유다의 편지
양동혁 마법의 동전 |어느 과학자의 죽음
윤신숙 미친 물고기
이목연 엄마가 뿔났다 |시간의 틈새
이진훈 박 의원님 주례사(主禮史) |아들딸들 보아라
이하언 그녀의 불 |전설은 이루어졌다
임나라 거짓말 시장(市場) | 섬, 아르와(arwah)
정성환 주모자 선정 |최후의 처형
정이수 깍두기 남자 |리모컨
최서윤 너는 내 운명 |바람에게 물어봐
실험 장르 : 미니픽션 희곡
윤신숙 배도(俳桃)
추천 신인 작품
이성우 바보 문어 |거울귀신과 보물탐험대
이현신 별 그림자 |최후의 승자
정혜영 공 범 |이중주
작가들의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오늘도 ‘런닝맨’을 보고 ‘무한도전’을 보고 ‘1박2일’을 보고 깔깔거린다. ‘나가수’, ‘복면가왕’, ‘판듀’를 보며 내가 그 무대에 올라가 있는 것처럼 마음을 졸이며 응원을 한다. ‘한식대첩’을 보다 ‘집밥 백선생’을 보다 그들에게 ‘냉장고를 부탁’한다. 그들이 내 냉장고 안을 거들떠보지도 않겠지만 나는 이미 무엇을 하든 이겨야 고기와 밥을 먹을 수 있고 지면 굶거나 채소를, 맹물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음식도 맛도 서열이 매겨진다는 것을 안다. 알면서도 보고 또 본다. 이 세상을 살려면 꼭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배틀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 강물, <늪> 중
망자의 평안도 평안이지만 그녀는 자기 내부에서 스멀스멀 번져 오르는 기분 나쁜 압박감 때문에라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았다. 불심이 깊었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천도제라도 또 올려 보면 어떨까도 싶지만 요즘 그녀는 신부, 목사에 이어 승려라는 작자들까지 거리에 몰려 나와 하는 짓거리가 하나같이 진저리쳐지는 판이다. 떼 지어 술판이나 벌이고 다니는 주제에 누구더러 뭐라 그래, 흥! 옷이든 뭐든 벗어야 할 건 오히려 그자들이지, 내가 왜 모자를 벗어? 내 아버지 모자를 나 아닌 누가 제대로 쓰겠냐고!
- 구자명, <모자> 중
아줌마는 누군가를 기다렸어요. 기다리는 동안 저에게 말했지요. 아줌마가 시키는 대로 하면 피자랑 치킨이랑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유치원에도 다시 보내주겠다고요. 경찰 아저씨와 낯선 선생님이 집으로 왔을 때, 저는 아줌마가 일러준 대로 물음에 대답했어요. 미리 약속한 대로 경찰 아저씨의 등에 매달렸고, 낯선 선생님의 머리카락도 잡아당겼어요. 아줌마는 많이 아프게 하라고 했지만 저는 살짝 잡았다 놓았어요. 그리고 세 번 소파에서 뛰었고, 처음으로 식탁 위로 올라갔어요.
- 김민효, <사진을 떼어낸 자리> 중
퇴근 무렵, 그는 시커먼 보자기에 현찰 3억을 싸들고 왔다. 모두 5만 원짜리를 보자기에 둘둘 말아서 말이다. 묻지도 않았는데 과거 고위직 공무원이었다고 했다. 무슨 ‘청장’이라고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나는 지금까지 그의 전력을 조회해 본 적은 없다. 그는 사계절 내내 빛바랜 회색 바바리만 걸치고 나타났다. 그는 자신의 계좌에 주식 외에는 단돈 1원도 현찰로 남겨둔 적이 없었다. 주식 판 돈을 출금하러 오는 날이면 반드시 1원짜리 동전까지 현찰로 준비를 해두어야 했다. 결코 계좌이체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내 방에서 일을 보다 점심때가 닥치면 짜장면 딱 한 그릇만 배달시켜 먹었다. 이익이 많이 났을 때도 단 한 번 밥을 산 적이 없었다.
- 남명희, <그리마> 중
의사 앞에서 실컷 울고 온 탓일까. 돌아오는 길은 몸도 마음도 가뿐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이 됐다. 아무래도 혼자 결정하기에는 큰돈 같았다. 그래서 딸년에게 의논을 할 겸 전화를 건 것이었다. 그런데 군대에 간 아들 옷이 왔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이만저만 해서 이렇게 하고 왔다고 설명을 했더니 이제 제발 엄마 일은 엄마가 알아서 하라며 다짜고짜 성질을 부려 댔다.
- 이목연, <엄마가 뿔났다> 중
그러나 자제하고 집에 들어앉아 며칠 지내면 좀이 쑤시고 그들이 그리워지더구나. 사근사근 말 걸어오고, 여기저기 쑤시는 데 주물러 주고, 매일매일 전화로 안부 물어 오고. 이게 다 거짓말인데, 이게 아닌데 다짐을 하면서도 몸은 벌써 문밖을 나서고 있었으니 나도 나를 모르겠더구나. 번연히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에미가 빠져든 것이지. 옛날 천둥벌거숭이 니들 아버지하고 연애할 때 홀딱 빠져든 것처럼 그랬던 것이란다. 그래도 그들이 칼 든 도둑보다는 낫다는 생각도 했단다. 긴긴 밤 말똥말똥 누워 있을 때는 도둑이라도 찾아들기를 바란 적도 있었기도 했단다.
- 이진훈 <아들딸들 보아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