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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93690040
· 쪽수 : 592쪽
· 출판일 : 2010-10-21
책 소개
목차
싸구려 행복
역자 후기
가브리엘 루아 연표
리뷰
책속에서
“넌 운이 좋은 놈이었지. (…) 사회가 우리들에게 해준 게 뭐가 있어? 나를 봐봐. 알퐁스를 봐봐. 사회가 우리에게 뭘 해줬지? 아무것도 없어, 제길, 그래도 성에 안 차면 피투를 보란 말이야. 피투가 몇 살이지? 열여덟 살이야…… 아! 저 자식은 저 나이가 되도록 단 하루도 제대로 돈을 받고 일을 해본 적이 없어. 저 자식이 학교에서 쫓겨난 지도 이제 곧 5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일자리를 찾는 중이야. 넌 이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 3년을 좌충우돌 쏘다녔지만 쟤가 배운 거라고는 기타를 치는 재주뿐이야! 그래서 우리의 피투는 남자처럼 담배를 피우고, 남자처럼 검을 씹고, 남자처럼 침을 뱉지만 염병할 평생을 통틀어 1센트짜리 동전 하나 벌어보지 못한 거야. 넌 이래도 괜찮다고 생각해? 난 좆나 싫어. 진짜 짜증난다고!”
“너희들도 생트 카트린 거리를 거닐어봤잖아? 주머니에 땡전 한푼 없는 주제에 쇼윈도에 진열된 물건들을 죄다 구경해 봤잖아! (…) 패커드, 뷰익, 스피드와 재미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고급 승용차들을 신물 나게 구경했지. 등이 훤히 드러나는 멋진 드레스 차림이나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밀랍 마네킹들은 또 어떻고. (…) 하지만 우리는 눈요기밖에 못해. 지금처럼 꿀꿀이죽 같은 거나 먹고 앉았지! (…) 사회는 우리 눈앞에 별의별 것을 다 들이민다고. 멋지고 근사한 건 다 우리 눈앞에 있어. 하지만 그렇게 눈앞에 들이미는 걸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고! 아, 그래! 사회는 우리에게 그것들을 사라고 하지. 우리에게 충분한 유혹이 되지 못할까봐 겁이 나는 모양이야. 그래서 그놈의 잡동사니들을 사라고 자꾸만 앵앵거려. 라디오를 잠깐만이라도 틀어봐. 그럼 무슨 소리가 들리지? 가끔은 대출회사에서 500달러를 빌려주겠다고 떠들어대지. 보이! 그 돈이면 중고 뷰익 한 대를 살 수 있어! 또 어떤 때는 너희가 걸친 누더기를 깨끗하게 빨아주겠다는 광고가 흘러나오지. 가끔은 집에 냉장고도 없이 사는 사람은 유행에 뒤떨어진 바보머저리라고 떠들어대잖아. 요즘 신문을 한 번 펼쳐봐. 담배를 사라, 네덜란드산 고급 진을 사라, 두통약을 사라, 모피코트를 사라. 모두가 이런 것들을 사야 한다고 아침저녁으로 요란하게 떠들어대고 있어. 발전하는 우리 시대에는 모두가 재미를 볼 권리가 있다지…….”
로즈 안나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고 다시 재봉틀을 돌렸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서로를 알기 위해 일손을 멈출 겨를이 있기나 했던가? 재봉틀 바퀴가 돌았다. 북극에서 남극으로 계절이 어찌 바뀌든 상관 않고 돌아가는 지구처럼, 주야장천 흐르는 세월처럼, 그렇게 재봉틀 바퀴는 플로랑틴의 권태나 로즈 안나의 몽상에도 끄떡없이 돌아갔다. 그렇게 그들의 집은 지칠 줄 모르는 바퀴의 움직임에 사로잡힌 듯했다. 집 안을 가득 메우는 것은 노동, 수다나 이해는 필요치 않았다. 바퀴가 돌아가며 시간은 흐르고, 그렇게 기세 좋게 털털대며 재봉틀이 도는 동안 잃어버린 신뢰, 할 수 없었던 말, 표현하지 못한 마음은 무수히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