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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93690057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0-12-25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저자 서문 _9
게르마늄의 밤 _13
왕국의 개 _59
무도회의 밤 _129
해설·도착과 혼종을 통해 신의 자리와 인간 본능을 조명하다: 장정일 _245
리뷰
책속에서
로오는 아스피란트와의 첫 경험에서 성행위와 종교행위의 유사성을 깨닫는다. 그는 육욕에 빠져 있으면서도 종교적 욕망을 갈구한다.
모든 쾌감의 본질은 반복이다. 기도와 성행위가 바로 그런 점에서 하나로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종교의 진정한 쾌락을 이해해 가고 있었다. 자아 없는 반복, 그것이 최고다. (…) 동물적 쾌감이 강렬한 열광과 함께 한순간에 꺼져버리는 불꽃놀이 같은 성격을 가졌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작열, 우윳빛 액체의 방출이 여실히 증명해 주지 않는가. 종교적 쾌감은 더욱 집요하고 깊다. 인간이 만들어낸 궁극적인 쾌락이다.
평소 농장 동료 우가와를 혐오했던 로오는 그의 폭력를 더 큰 폭력으로 압제해버린다. 또 기꺼이 노예가 되겠다고 한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은 교정원 시절의 선배 미우라의 불알을 걷어차버림으로써 복수한다.
나는 허리를 굽히고 그의 입에 붙여놓은 테이프를 천천히 떼어냈다.
그와 동시에 우가와는 돌을 뱉어내고, 부러진 이빨도 함께 뱉어냈다.
울었다.
소리를 죽여 울었다.
정말 듣기 좋은 울음소리였다. 그 거머리 같은 입술에서 순수한 슬픔이 터져 나온다. 나도 조금 슬퍼졌다. 그러나 그보다 풀밭에 흩어진 이빨에 매료되었다. 많이 빠진 것 같았다. 이빨의 하양과 피의 빨강이 밤의 남색에 도전이라도 하듯 억제된 빛을 발한다. 왼쪽 반이 없는 상현달의 어렴풋한 빛 속에서 그것은 선명히 떠올랐다.
색채란 이렇게 존재해야 한다. 뼈의 하양이 너무나 직접적으로 눈을 후빈다. 너무 강제적이다. 피의 빨강이 교묘히 그 협박의 직접성을 약화시킨다. 아아, 멋진 광경이다. 지적이다. 나는 황홀경에 빠졌다.
생각대로 그것이 찢어져 내용물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불알 자체는 파열되지 않았다. 내 눈앞에 드러난 것은 피를 흘리는 하얀 구체였다. 그 구체가 타원이라는 것은 내 물건을 만져봐서 충분히 상상하고 있었지만, 그 색채만은 도무지 예상 밖이었다. 그것은 가느다란 끈 같은 것에 의해 복부와 연결되어 있어서 그 구체만 따로 굴러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마치 얼굴에 달라붙는 밤을 밀쳐내기라도 하는 듯이 허리를 굽혀서 새하얗게 윤기를 내는 그물상의 빨간 알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