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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4462019
· 쪽수 : 287쪽
· 출판일 : 2025-02-05
책 소개
목차
아담이 눈뜰 때 ── 7
펠리컨 ── 161
아버지를 찾아가는 긴 여행 ── 191
해설 ── 270
저자소개
책속에서
해설 -한영인(문학평론가)
문학의 성자, 장정일은 전설이다
장정일은 시인이다. 1984년 「강정 간다」를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87년 『햄버거에 관한 명상』으로 최연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장정일은 희곡작가이다.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그해, 그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실내극」을 투고해 당선되었다. 당시 신춘문예 당선 소감의 마지막 문장은 지금까지 전설처럼 내려온다. 장정일은 이렇게 썼다. “정진하라. 聖「카프카」, 聖「베케트」, 聖「장정일」. 위대한 문학의 삼위일체를 위하여!” 장정일은 소설가이다. 1988년 발표한 「펠리컨」을 시작으로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2),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1994) 등의 인기작을 발표하며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동시에 받았다. 2021년 KBS는 이 책의 표제작 중편 「아담이 눈뜰 때」를 <우리 시대의 소설> 50편 중 하나로 선정하였다. 장정일은 서 평가이다. 1994년 첫선을 보인 『장정일의 독서 일기』는 이후 10권 가까이 이어지며 대한민국 독서인의 필수 교양서로 자리 잡았다. “聖「장정일」”의 영광은 오늘날 서평의 왕국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듯 보인다. 한국 문학사에서 두 번 없을 천재 장정일의 학력은 그러나 중졸에 불과하며 십 대 시절 폭력 사건에 휘말려 소년원 신세를 진 적도 있다. 장정일의 글은 자주 논란에 휩싸인다. 소설가로 이름을 날리던 1996년에는 음란물 제작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 되었다. 장정일에게 문학은 관념의 성채이자 무기이며 그 관념은 현실의 물리적인 제도와 정상성의 습속을 강력하게 타격한다…. (중략)….
장정일은 경계를 위반하고 질서를 전복하려는 충동을 아낌 없이 드러낸 작가였다. 한때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던 위반과 전복은 그러나 이제는 식상한 문화적 기호가 되었다. 그다지 불 온하지 않은 위반과 위험하지 않은 전복이 문화 상품의 탈을 쓰고 경쟁적으로 유통된 탓이다. 우리는 산산이 깨어질 각오를 하고 거대한 세계에 부딪히기보다 그 세계의 문법과 논리를 착실하게 학습하고 그 학습으로부터 얻어낸 세계의 맹점과 빈틈에서 치부의 기회를 노리는 모습에 더욱 익숙하다. 하지만 그 현실이 만들어 내는 허무와 공허, 부대낌과 고통은 동전의 뒷면처럼 우리 곁에 음지식물처럼 자라고 있다. 그 허무와 공허, 부대낌과 고통을 승화시킬 언어와 행동, 관념과 사유, 관계와 실천이 나날이 빈곤해지고 있는 세계에서 장정일이 보여준 서사적 모험은 단지 지나간 과거를 추억하는데 머물지 않고 현실의 억압과 폭력에 새롭게 맞설 수 있는 무기가 되어준다. 그것이 문학의 성자, 장정일의 글이 오늘날에도 갖는 힘이다.
질서도 진리도 없는 가짜 낙원에서 유희만이 우리의 위무가 되며, 무한대의 자유를 얻고
자 갈망했던 인간은 유희 속에서 더욱더 많은 자유를 얻는
다. 실재가 상실된 가짜의 낙원에서는 키치만이 가능한 예
술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많은 현대 예술가들처럼, 그녀 또한
키치의 유혹으로부터 멀리 벗어나지 못하였다.
우리는 부산행 보통열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가슴에는 창녀의 마음을 안고.
“이렇게 지내다간 너무 많은 추억 때문에 우리는 금방 늙
어버리고 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