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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계간지/무크
· ISBN : 9791196779054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21-10-19
책 소개
목차
열며
다시 던지는 질문│박영선
트임│마을을 살리는 먹거리 운동
마을의 먹거리 순환과 지역자급론│구자인
먹거리 운동의 작은 역사│송원규
다시 농민조직을 생각한다│정영환
마을의 먹거리 정의는 가능한가│박진희
포토에세이│한국 근현대 마을 공간 변천기 6
시골장터 이야기│정영신
벼림│농업·농촌·농민 연속좌담 7
마을을 위한 먹거리 순환 관계망│김경숙·김정섭·이보은·정상진·정천섭 외
스밈│농촌으로부터
전통시장, 로컬푸드, 텃밭장터│복권승
변두리의 성찰과 모험의 윤리│정민철
지상전시
과객-부모님의 연필│김학량
특별기고
덕의 회복과 공정사회 이론│함성호
연재│마을살이를 위한 개념어사전 2│거버넌스
힘겨움의 주체들과 더불어│유대칠
서평│책 너머 삶을 읽다
비웃음을 당한 철학자들│장정일
슬라보예 지젝의 『잃어버린 시간을 위한 연대기-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이유』
조르조 아감벤의 『얼굴 없는 인간-팬데믹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역자급이라는 개념은, “인간과 자연의 상호관련 체계(자원이용 체계)의 한 형태로 먹거리나 생활 자재 등의 생산·유통·소비를 일정한 공간 안에서 행하는 것”으로 좁게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사는 지역사회와 자연의 상호관계를 강조함과 더불어, 지역사회 내부의 순환적 관계도 동시에 주목한 정의인 셈이다. 대체로 지역의 자급을 ‘지역 내에서의 100% 공급’으로, 반면에 지역의 ‘자립’은 100% 자급에서 100% 의존까지 다양‘하다고 구분하는 경향이다. 하지만 자연과의 순환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도 고려하기 위해서는 ‘자립’보다 ‘자급’이라는 용어가 훨씬 더 명확하다.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상품으로 생산–판매–소비되는 유통 중심 사회다. 자연계는 (물과 바람, 태양에너지 등의 흐름으로 금방 알 수 있듯이) 에너지법칙과 엔트로피법칙에 따라 항상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본디 100% 자급사회란 있을 수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옛날 농촌도 완전한 폐쇄 경제, 즉 100% 자급자족 상태는 아니었다. 예를 들면 쌀을 비롯한 지역에서 농사지은 먹거리들은 한편으로 가장 중요한 현금 소득원이기도 했다. 농민들은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이기도 한 오일장에 나가 농산물이나 장작·석탄·가마니 등을 팔아 부족한 물자나 현금을 보충했다.
바람직한 자급 수준은 생산되는 농산물이나 생활자재, 교육·의료·돌봄·소방 등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다르며, 자급 대상의 양적·질적 측면과 관련 있다. 농촌의 지리적 특성(산촌, 평야지대 농촌, 근교 농촌, 어촌)에 따라서도 크게 다르다. 자급의 공간적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가라는 문제와도 관련된다. 이처럼 다양한 조합에 따라 바람직한 자급 수준이 정해질 수 있다. 지역의 토지와 사회 환경의 수용력carrying capacity을 고려하면서, 해당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전제로서 자급률 수준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 유기농산물 중심의 생협 운동에서 보듯이 원거리 이동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또 생협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농촌일수록 지속가능성 면에서 위험할 수 있다. / 구자인
역사적으로 산업적 먹거리 체계가 강화되고 이로 인한 폐해가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먹거리 운동도 변화 혹은 진화해왔다. 먹거리를 매개로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운동으로서의 먹거리 운동은, 주류 먹거리 체계에 저항·대항하는 운동이라는 정체성을 지닌다. 즉, 주류 먹거리 체계로 인한 문제점을 선명히 드러내고 대안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 시기별로 먹거리를 둘러싼 사회적·경제적·생태적 문제를 중심으로 운동의 내용과 형식을 구성하게 된다.
먹거리 운동들은 당연히 각 국가와 지역의 사회역사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세계화가 진전되고 산업화된 먹거리 체계가 보편화되면서 대부분 국가에서 비슷한 문제점을 드러내기 때문에 상당히 유사해질 수밖에 없다. 이 절에서는 세계화 이후 지구적 먹거리 체계global food system에 저항하는 최근의 먹거리 운동을 다루기 때문에 국가와 지역에 따른 특수한 맥락은 고려하지 않았다. 먹거리를 둘러싼 사회적·경제적·생태적 문제의 부상에 따라 새롭게 시작되고 활성화되며, 때로는 쇠퇴하고 다른 운동과 협력하며 통합적 운동을 모색하기도 하는 다양한 먹거리 운동의 등장과 확산을 살펴보자. / 송원규
농민의 가치는 당연히 땅에 있다. 땅을 일구고 좋은 먹거리를 키워내는 행위 자체가 가장 중요한 가치다. 자연에 의지하고 도움 받으며, 자연이 주는 시련을 견디며 살아가는 모습.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 가치는 여기에 있다. 그동안 만들어진 수많은 영농조합과 작목반, 협동조합에서는 ‘우리’와 ‘함께’라는 판단 기준이 ‘안으로만’ 작용해왔다.
‘우리’ 조합원과 ‘우리’ 작목반의 이익을 위해, 이익단체 ‘내부’ 구성원의 행복만을 위해 농민조직이 활동하고 생산해왔기에, 농업과 농민의 운동이 진행되지 않았다. 조직을 만들 때 설정했던 공익적 방향성이 아닌 다른 방향(집단이기주의)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장논리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 맞다고까지 강변하게 되고, 그러면서 그 조직을 만들어야 했던 최초의 가치는 과거의 낡은 생각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함께’의 범위도 점점 좁아지게 된다. 처음에는 조직의 설립 취지에 동의하는 모든 지역민이었다가, 점점 조직 내부의 사람으로 좁아진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왜 이 조직이 만들어졌는지를 되물어볼 때, 나아갈 방향을 잃은 채 오직 현재만을 지키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 정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