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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3694376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15-11-20
책 소개
목차
시 부문 동포문학상
(강양옥, 구상회, 김광자, 김여정, 김재분, 선우미애, 송양의, 송후석, 이소영, 이수화, 이은영, 임보선, 장윤우, 정성수, 조순애, 채수영, 최홍규, 한석근)
시 부문 새한국문학상
(김상화, 김영숙, 김 종, 배상호, 배혜영, 백미숙, 오칠선, 육은실, 전문수, 정군수, 정규화, 최경화, 홍금자, 홍진기)
수필 부문 동포문학상
(김신애, 김 학, 민성숙, 박명순, 박미경, 반숙자, 심영희, 오창익, 이순자, 이영우, 전애희, 정유진, 지연희, 최원현, 현옥희, 함수남)
수필 부문 새한국문학상
(강돈묵, 고임순, 박영희, 이규남, 이택화, 소진섭, 심돈섭, 정원모, 정희식, 조명철, 강현우)
저자소개
책속에서
… 나란히 어머니와/ 둑에 앉은/ 내 치마폭에 익은 별 한 줌이/ 탁 탁 소리를 내며/ 아니 풍덩 풍덩/ 아니 철벅 철벅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내 치마폭은 하늘이었다./ 아니 바다였다./ 아니 강물이었다. …
(김여정 ‘둑에 앉아’ 중에서)
긴 말씀 줄이옵고/ 당신을 먹습니다
처음부터 그러했듯/ 허기를 채워야 내가 사오니
당신은/ 오늘도 내게/ 밥으로 오십니다.
(조순애 ‘신앙고백’ 전문)
어머니는 밥상이 아니었을까/ 어머니는 아랫목이 아니었을까/ 어머니는 등 굽은 사과나무가 아니었을까
그래// 이 살/ 저 살/ 꺼내 먹이시는// 어머니라는/ 허공,
그 무량한 주머니!
(김 종 ‘주머니에게’ 전문)
… 수녀님은 피아노의 건반을 눌러 보다가 뜬금없이 누군가를 사랑해 본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 또한 독신녀로 가까이 지내는 사이이긴 하지만 수녀님의 질문은 뜻밖이었다. 나는 못 들은 척 치던 곡을 계속했다. 대답에 대한 회피로 알았는지 한동안 망설이다 다시 물었다. 그런데 뜻밖의 질문이 무심을 가장한 내 마음에 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 수녀님은 누구를 사랑해 보셨어요?”
역습이었다. 커다란 눈망울이 일순 당황해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장난기 어린 나의 역습이 노여웠는지 서둘러 가버렸다. …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로 밤은 깊어갔다. 요지부동인 나의 태도에 절망감을 느꼈는지 수녀님은 이불 위로 쓰러지며 독백하듯 중얼거렸다.
“밤마다 숲 속에서 지켜보았어요. 그 방에 불이 꺼지기 전에는 잠들 수 없었어요. 수단자락 끌리는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두근거려, 두근거려, 남몰래….”
(반숙자 ‘숨은 사랑’ 중에서)
… 구겨도, 분질러도, 떼어내도 내 안의 자유는 살아 있다. 자유의 날개가 때때로 돋아나 나를 새장 밖으로 나가라고 부추긴다. 유한한 창살을 벗어나 항거의 날갯짓으로 햇살을 굴리며 날아올라 살아 있는 나뭇가지 위에 발을 올리고 나의 노래를 들꽃 향기와 섞어야 한다고 속삭인다. 죽음을 담보로 자유를 얻기에 나뭇가지 위에서 경계의 선잠을 자야 하고, 질긴 배고픔으로 먹을 것을 찾아 헤맬지라도 광채 나는 고독한 혼으로 창공 높이 날아올라야 한다고 일깨운다. 두려워하는 눈망울에 미지의 신비를 채워가며, 네 발 밑에서 춤추는 대지와 살아서 꿈틀거리는 하늘을 사랑하며 살라고 다그친다. 겨울 하늘의 맹렬한 추위에 얼어 죽더라도, 날다가 날개가 부서지더라도 너의 꿈길을 날라고 꾸짖는다.
(이택화 ‘새장을 열어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