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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창작.문장작법
· ISBN : 9788993779011
· 쪽수 : 282쪽
· 출판일 : 2018-03-03
목차
-나를 바꾸는 시 읽기-
1부. 시는 꼭 아름다운 꽃이어야만 하는가
01. 인생, 그리고 외상값 ․ 12
02. 문학, 사람 그리고 만인보 ․ 16
03. 시는 꼭 아름다운 꽃이어야만 하는가 ․ 21
04. 너 어디 있느냐 ․ 27
05. 까만 물이 흘러가는 곳에 맑은 마음 하나 흐르고 ․ 35
06. ‘후기(後記)’를 통해서 본 시와 가까워지기 ․ 44
07. 시와 노래는 본래 하나였다 ․ 53
08. 세상을 향해 나뒹굴어야 할 음유시인의 사랑 노래 ․ 63
2부. 나를 바꾸는 시 읽기
09. 남은 두 개 발가락 잘릴 때까지 ․ 74
10. 시와 노래의 조화로운 만남 ․ 82
11. 단 네 줄로 짚어 낸 한 나라의 민중사 ․ 91
12. 그대와 나 사이에 강이 흐른들 무엇하리 ․ 99
13. ‘맑은 사람’의 풀여치 울음 같은 노래 ․ 105
14. 정갈하면서도 선명한 그림으로 남는 시 ․ 115
15. 내 순정한 어린 날을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어서 ․ 121
16. 사랑이여, 제발 한 번만 내 곁에 와서 ․ 128
17. 떠나야지, 우리 사랑의 풀씨가 되어 ․ 138
18.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시 ․ 146
19.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어떤 노래 ․ 153
20. 귀천, 그리고 서울로 가는 전봉준 ․ 158
21. 고단한 삶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 167
3부. 언제나 내 마음속에 푸른 하늘이 열릴까
22. 봄날이 오면 까닭도 없이 그리워진다 ․ 174
23.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 181
24. 시를 넘어서는 노래의 위력 ․ 187
25. ‘시적 호흡’과 ‘대중을 꿈틀하’게 하기 ․ 200
26. 스스로 길이 되어 너에게로 가네 ․ 209
27. 시보다 먼저 시인의 키를 보는 버릇 ․ 214
28. 시를 생활로 끌어내는 것은 시인의 몫 ․ 221
29. 그리울 때마다 꺼내 읽는다 ․ 231
30. 사람 사는 냄새가 나야 감동이 온다 ․ 244
31. 푸른 하늘이 열린 세상 ․ 257
32. 내가 몸담은 세상을 깨달아 가는 길 ․ 271
[붙임] 책과 음반의 이력 ․ 279
저자소개
책속에서
[머리글]
그동안 시를 쓰다가 막힐 때면 남들은 어떻게 쓰나 하고 남의 시집을 기웃거리다가 노래 같은 시들을 많이 만날 수가 있었다. 그냥 흥얼거리면서 읽다 보면 어느새 노래가 되어 버리는 그런 시 말이다. 나는 그때마다 어설픈 기타 실력으로 입 안에서 맴도는 음 하나하나를 더듬거리면서 적어 두었는데, 그것이 모여서 제법 책 한 권 분량이 되길래 [개망초꽃]이라는 시가집으로 묶어 보았다. 그리고 그 중 1부에 실린 곡들을 중심으로 (노래로 듣는 시)라는 음반을 내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느낀 게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사람들은 대체로 시를 ‘겉멋’ 정도로 생각하고 거의 읽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래로 듣는 시)에 실린 시 중에 대체로 가장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되는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까지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한하운의 '전라도 길'은 교과서에 실렸었기에 학창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내 기억할 정도였다. 그러니까 결국은 교과서에 실린 시 말고는 거의 시를 접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쩌면 시를 읽는 사람은 결국 서로 다른 사람의 시를 찾아 읽는 시인들 자신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나는 읽기보다는 듣기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가락에 실린 시를 들으면서는 그나마 약간의 관심을 보여 주었다.
또 하나는 시를 굉장히 어렵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몇 번 읽어보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시인들의 책임도 크다. 십 년 가까이 시를 읽어 온 나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시들을 수없이 만나왔다. 이러한 시들을 읽다가 사람들이 시에 등을 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러한 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정서를 우리들이 알 수 있는 표현으로 쓴 시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한 시들을 보면서 “어, 이건 내 얘기인데”하면서 자신을 한번 돌아다보고 자기가 몸담은 세상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시를 쓰고 읽는 가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얘기를 쓰고 있으려니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무슨 문학개론 강의하는 것 같아 머쓱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필요 없는 것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다 사라져갔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장르인 시가 여태껏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시는 분명 우리에게 쓸모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시가 본래 그 옛날 종합예술 시대에 춤과 함께 부르던 노래의 가사였음을 생각해보면 시의 노래화는 결국 시의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작업인지도 모른다. 서사적인 줄거리나 비유로부터 발생되는 이미지 등 어떤 시적인 장치들이 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운율을 타고 밀려올 때 우리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옴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시의 노래화는 보는 시에서 듣는 시에로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이 그 동안 시를 멀리했던 사람들에게 시와 좀더 가깝게 하는, 거리를 좁히는 일이라면 결코 ‘쓸데없는 짓거리’만은 아닐 성 싶다. 아무리 좋은 시가 있다 한들 그것이 책갈피 속에 누워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임헌영은 '시와 노래의 하나됨을 위하여'에서 “이제 우리 시는 노래로 불리기를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작곡가는 노랫말을 훌륭한 시에서 찾는 작업이 보다 활성화되었으면 싶다. 노래와 시는 결국 만날 수밖에 없는 숙명이니까”라고 말하고 있다.
어떤 시든지 가만히 살펴보면 그 속에 음악적인 리듬이 숨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시의 노래화는 시 속에 숨어 있는 그런 음악적인 리듬을 살려내서 그 시를 좀더 쉽고 친숙하게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
이 자리에서 시의 방법 중 어떤 것이 좋고 나쁨을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그럴 능력도 없거니와, 다만 시와 독자와의 사이에 아스라이 멀어져 가는 시대에 그 사이를 조금이라도 좁혀 보는 일에 시의 노래화는 가장 그 전달 효과가 빠른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시에 대한 접근 방식의 하나로 음반에 실린 시에 대한 해설을 덧붙인 글을 모아 놓은 것이다. 일종의 시를 위한 산문인 셈이다. 다분히 평론적인 성격을 띤 글이지만 될 수 있으면 쉽게 풀어쓰려고 노력했다. 노래화된 시를 따라 들으면서 뜻이 통하지 않을 때 펼쳐 읽고 또 따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와 접하게 되고 친숙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용된 글이나 시의 출전과 출판사를 밝혀 두었다. 이는 여기에서 거론된 시집이나 비평서만 찾아 읽어도 어느 정도 시에 대한 안목이 틀리고, 더 나아가 스스로 다른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는 데까지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나는 가끔 “읽을 만한 책이 없다”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맞는 말이다. 읽지 않으면 다음에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서도 실제 읽을 책을 찾으러 해도 찾을 수 없게 된다. 친구도 자주 만나야 할 말이 많은 법이지 어쩌다 만난 친구는 처음에는 반갑지만 실제로 별로 할 말이 없어 서먹서먹해지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맞는 말이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만 찾아 읽다보면 자연히 다음에 읽어야 할 책이 머릿속에 그려지게 마련이다. 그런 이유에서 꼭 읽어 보기를 권하는 마음으로 시가 실린 시집의 제목과 출판사를 적어 둔 것이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남들보다 조금 늦게, 어색하게 웃는 사람)이라고 정하려고 했다. 그것은 내가 ‘나’를 생각해 볼 때 꼭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들끼리 모여 앉아 이야기하다가 어떤 책의 문구(그것도 많이 알려진)를 재치 있게 인용한 말을 듣고 다들 한바탕 웃어대는데, 그런 말은 생판 처음 들어보는 것이라서 웃기지도 않는데 따라 웃자니 이상하고, 그렇다고 다들 웃는데 가만히 앉아 있자니 혼자만 무식한 것 같고 해서, 남들보다 한 박자 늦게 어색하게 따라 웃은 적이 많이 있었다. 어쨌든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책읽기를 시작했고, 이제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의 머리말을 쓰고 있다.
아무튼 이번에 내놓는 [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시와 더욱 친숙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들과 박자를 맞추어서 시원스럽게 웃어제낄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끝으로 밝혀둘 게 하나 있다. 이 책은 전에 출판된 적이 있다. 그러나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이 되었는데, 청소년 권장도서에도 이름이 올라 있고 지금도 더러 찾는 사람들이 있어 재출판하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