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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3886740
· 쪽수 : 39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에필로그
작가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누, 누구세요?”
하나는 친구 은정의 책상에 아무렇지 않게 걸터앉는 남자에 두려움을 느끼고 슬그머니 뒷걸음쳤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창밖에서 비치는 가로등 불빛에 엷게나마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170은 훨씬 넘을 것 같은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 하얀 뿔테 안경과 웃는 모습이 미치도록 예술적인 남자였다.
“그렇게 겁먹을 거 없어. 나 몰라?”
“네?”
“나 효성고 2학년 강시후다. 알지?”
효성 고는 효성중학교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고등학교였다. 그 학교는 잘 알지만, 눈앞에 있는 그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은 뭐야? 너 나 몰라?”
“네”
망설임 없는 그녀의 말에 그는 웃고 있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나는 순간 차갑게 변하는 그의 표정에 움찔거리며 뒤로 한 걸음 더 물러났다. 웃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상당히 무섭게 변하는 얼굴이었다. 팔에 소름이 쫙 돋아 올라 몸서리쳤다.
“너 이름이 뭐야?”
“에? 저요?”
“그럼 여기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나하나요.”
“나하나?”
“네.”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는 은정의 책상에서 내려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던지듯 찾고 있었던 그 만화책을 건네었다.
“이왕이면 좀 재미있는 걸로 읽어. 유치하게”
다시 그 미소를 지으며 그는 하나의 머리를 헝클이듯 쓰다듬었다. 하나는 그의 손이 닿았던 머리를 만지며 교실 문을 열고 있는 그의 뒤를 따랐다.
“넌 왜 따라와?”
“저도 집에…….”
그런데 대답을 다 하기도 전에 그는 뭔가 못 볼 거라도 봤는지 황급히 문을 닫고 몸을 숙였다.
“씨팔, 저 형들은 지치지도 않나?”
뭔가 심각해진 그의 표정에 그녀도 몸을 숙이고 앉았다.
“넌 왜 숨어?”
“오빠가 숨으니까요.”
그는 피식 웃음을 짓더니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옆에 앉혔다.
“너 오늘 귀여워서 봐준 줄 알아”
“네?”
“이렇게 잘생기고 멋있는 강시후를 못 알아봤잖아? 내가 제일 화나는 일이거든”
“저기, 제 친구가 그러는데 그것도 병이라고 하던데”
“뭐?”
“왕자병 도끼병, 그런 거 있잖아요.”
그녀의 말에 그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하나는 정말 진심으로 걱정되어서 한 말이었기에 그 웃음에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눈앞의 남자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그녀가 시후의 모습에 이상하게 여기고 있을 때 교실 바로 옆 복도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세 명은 될 것 같은 발자국 소리.
“여기로 간 거 확실해?”
“어. 이쪽으로 들어오는 거 분명 봤어!”
하나는 바로 교실 밖에서 멈춰서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의 목소리에 시후와 잘 아는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의 남자가 그런 그들을 피하려 하고 있다는 것도 함께 말이다.
“교실로 들어 가봐.”
“문 잠겼는데?”
“뒷문도 잠긴 거야?”
“잠시만.”
바로 뒷문에 기대어 몸을 숨기고 있던 시후와 하나였다. 하나는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고 그런 그녀의 손을 시후가 잡았다. 더 놀라 고개를 들어 그를 보는데 시후는 미소와 함께 윙크를 보내고 있었다.
두근.
“거기! 너희들 뭐야!”
“야, 튀어!”
우당탕 쿵쿵쿵
웅성이며 도망치는 그들의 소리와 쫓아 뛰는 영어선생님이 있었다. 영어를 못하는 그녀로서 항상 구박을 받았던 터라 싫어했던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구세주라도 된 느낌이었다.
다시금 조용해진 교실. 하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들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이다. 황급히 일어나며 하나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여전히 문에 기대어 앉아 있던 시후는 그런 그녀가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너 앞으로 나랑 사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