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3964769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4-05-20
책 소개
목차
서문
이연주-해질녘 안개의 냄새
신기섭-알짜마트 주임, 열혈 시인
기형도-천사는 지상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여림-안개 속으로 걸어간 새
이경록-하얀, 해변의 죽음
김민부-서른한 번의 죽음 그리고 서른한 번의 가을
김만옥-먼 바다 파랑주의보
김용직-기찻길, 그로테스크, 투신
원희석-파주, 빠친코 그리고 시와 정치
임홍재-남사당패가 되어 날아간 새의 노래
송유하-니르바나를 향한 단독자의 길
박석수-철조망 속의 파라다이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난겨울 내내 지방의 작은 도서관에서 그들의 시를 읽고 또 읽었다. 빛나는 시구들 앞에서 환호작약하기도 했지만 처절한 실존의 곡괭이질 앞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심사로 술집을 드나들기도 하였다. 사람살이가 늘 상처투성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시인들만큼 미늘의 바늘로 상처를 낚아채는 존재들도 드물 것이다. 그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은 나라는 존재를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했다. 아찔하다. (5쪽, ‘작가의 말’)
(……)
지독한 삶의 냄새로부터
쉬고 싶다.
원하는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함박눈 내린다.
_「매음녀·4」 부분
성병에 걸린 매음녀가 단속반에 걸려 보건소에 끌려가 강제로 진찰을 받는 장면은 인간의 수치심이나 치욕과는 먼 곳에 위치해 있다. 아랫도리를 벗고 양다리를 벌리는 익숙한 행동에서 인간의 존엄 혹은 부끄러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를 비웃는 것은 눈을 뒤집어쓴 나뭇가지뿐이다. 그때 ‘반쯤 부서진 문짝을 박살내고’ 집을 나가는 아버지가 오버랩된다. 이연주 시인의 「매음녀」 연작이 단순히 매음녀를 관찰자의 시선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암시되어 있다. 비루한 삶의 조건에 놓인 자신도 같은 궤적 위에 서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매음녀와 자신의 삶을 ‘된가래의 추억’이라고 명명한다. (22~23쪽, 해질녘 안개의 냄새-이연주)
‘절망은 유물을 남기지 않는다’는 구절은 어쩌면 그녀의 삶의 한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독한 절망을 통해 다다른 나라에서 그녀는 썩어 흐물거리는 그 무엇도 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부패의 냄새’가 없는 나라가 그녀가 원했던 공간이었다. ‘삶과 죽음 사이가 실은/ 이토록 쉽고 간단한 것을……’이라는 시 구절은 그녀의 죽음을 보는 것만 같아 두렵고 쓸쓸하다. 느닷없는 죽음은 그녀의 시 구절처럼 ‘질 나쁜 공기’가 되어 그녀를 덮쳤다. 친구와 함께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다 스스로 목을 맨 것. ‘나는 간다, 종은 울린다/ 콧등이 이렇게도 싸아해 두렵기 한이 없는/ 해질녘 안개의 냄새’(「안개 통과」 부분)처럼 그녀는 떠났다. (31~32쪽, 해질녘 안개의 냄새-이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