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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경제경영 > 기업/경영자 스토리 > 국외 기업/경영자
· ISBN : 9788994013398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1-07-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1 라자드프레레스와의 운명적인 만남
02 ‘딜’을 위한 투자금융 전문가로의 변신
03 에이비스와 라자드의 독자적 인수 그리고 씁쓸한 교훈
04 오만한 원칙주의자, 해럴드 제닌의 세상 속으로
05 ITT의 돌격, 하트포드 인수 사냥
06 워싱턴의 정치적 공격과 파괴적인 영향력
07 워너세븐아츠, 할리우드 정복을 위한 폭풍 질주
08 1970년, 월가의 미래를 예견하는 불안한 징후
09 추락과 혼란, 뉴욕증권거래소의 아찔한 줄타기
10 부실기업의 몰락과 위기위원회의 협상 전쟁
11 루즈벨트, 대공황 그리고 뉴딜정책이 만들어낸 아이디어
12 경고의 메시지를 무시한 뉴욕 시의 절망적 사태
13 뉴욕 회생 작전에 투입된 ‘해결사 펠릭스’
14 MAC을 둘러싼 채무불이행의 집요한 위협
15 뉴욕을 구원할 EFCB의 마지막 전략
16 포드 대통령의 서명 그리고 위기 탈출
17 마이어의 죽음과 투자은행의 잔인한 변화
18 탐욕의 상징, RJR나비스코의 LBO 추진
19 분노와 비난으로 얼룩진 인수 경쟁
20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얼굴을 바꾼 핵심 거래들
21 60억 달러 합병이라는 GE의 푸짐한 먹잇감
22 MCA를 향한 마쓰시타의 은밀한 유혹
23 66억 달러의 딜을 위한 두 가지 균형
24 백악관을 향한 피할 수 없는 여정
25 자유로운 도덕심의 소유자, 파리를 꿈꾸다
26 프랑스행 티켓을 둘러싼 음모와 전쟁
27 마지막 딜, 파리에서의 시절들
에필로그
저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그곳은 순전히 그만의 오만한 지배 속에 놓인 세상이었다. 시간 따위는 상관없었다. 그는 미국은 물론 유럽을 두루 돌아다니며 생활했기 때문에 현지 시간 같은 것은 쉽게 무시되었다. 미국 사무실과 브뤼셀
에 있는 본사 중역실의 커튼은 항상 단단하게 가려져 있었다. 햇빛이고 별빛이고 제닌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8시에 소집한 회의가 새벽 2시가 될 때까지 시작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닌의 변덕에 맞춰 스케줄이 정해졌고 임원과 부하직원들은 고분고분하게 자신의 시계를 그의 시간에 맞췄다. 그렇지만 일단 회의가 시작되기만 하면 제닌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매달 열리는 사장단 회의는 전설적이었다. 긴 테이블을 따라 여덟 명 가량의 사장들이 자리에 앉는다. 제닌은 날카롭고 강요스러운 질문을 던져 사장 한 사람 한 사람을 차근차근 심문했다.
닉슨의 워터게이트 테이프가 공개되었을 때 나는 마침내 이야기의 빠진 부분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었다. 1977년 7월 어느 토요일 뉴욕타임스의 뒷면에 새롭게 공개된 테이프의 내용을 몇 가지 인용한 기사가 실렸다. 그 중 하나가 닉슨이 에릭먼에게 자신은 해럴드 제닌과 만난 적이 없으며 ITT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 말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맥라렌의 반독점 정책에 몹시 화를 냈다. 거대 비즈니스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결정적 근거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닉슨 테이프의 내용 전체에 대한 기록이 공개되고 나서였다. 한 테이프에 닉슨과 클라인덴스트 간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 대화 내용에 따르면 대통령은 ITT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취하하길 원했다. 클라인덴스트는 망설였다. 그러자 닉슨이 화를 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망할 걸 그냥 내버려두라고 명령하는 거야! 지금 이 시점에 맥라렌이 대기업에 대해 법석을 떨면서 사람들을 기소하고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어.” 클라인덴스트가 다시 한 번 반대 의사를 제기하려 하자 분노한 닉슨이 물러서길 거부했다. “이 개자식, 영어가 이해가 안 돼? 그 망할 걸 취하하란 말이야! 알겠나?”
녹음 날짜를 보니 그 다음날이 내가 클라인덴스트와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이제야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눈속임을 당한 것이었다. 닉슨이 클라인덴스트에게 맥라렌을 막으라는 명령을 이미 내린 것이었다. 나의 등장과 근거가 뒷받침된 나의 주장은, 그저 이미 내려진 결정을 정부가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한 설명에 불과했다.
1964년 중견 투자 기업인 이라옵트&컴퍼니의 파산의 여파로 뉴욕증권거래소는 채무불이행 회원사들의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2,500만 달러의 특별 신탁기금을 조성했다. 2,500만 달러는 회원사로부터 모아졌다. 하지만 마이어 씨는 물론 나 역시도 특히 커다란 투자 기업들이 동시에 파산할 경우 신탁기금은 지불 능력이 있는 기업에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부채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느꼈다. 그만큼 우려되는 것은 현재 모든 회원사들이 파트너십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무제한적인 부채는 파트너 개인의 자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의 개인 자산과 예금이 걸려 있는 일이었다.
따라서 나에게 뉴욕증권거래소 이사회에 합류하라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마이어 씨는 재빨리 승인했다. 그는 내가 회원사들의 끝없는 구제에 노출되어 있는 현 상황을 재고하도록 뉴욕증권거래소에 설득해줄 거라고 믿었다.
마이어 씨의 우려는 선견지명이 있었다. 내가 이사회에 합류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아 부채에 대한 그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현실은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나빴다. 1929년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인 1970년 경제 붕괴가 월스트리트와 미국에 밀어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