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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94041544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2-07-30
책속에서
“자, 이제 약속하신 거지요, 하나님? 내일 아침 일어나면 제 입술이 다른 사람들 입술처럼 되어 있는 거지요? 남들 말고 저도 그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할 거예요. 저조차도 그동안의 일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요. 약속하신 거지요? 맹세하신 거지요?” 나는 중얼거렸다.
그것이 바로 내가 하나님에게 한 새 제안이었다. 나조차도 기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몰라야 했다. 암, 그렇고말고! 오늘날의 하나님은 주일 학교에서 들은 이야기 속 하나님과 똑같은 방식으로 기적을 행하시지 않거든. 하나님은 이제 생각을 바꾸셨어.
나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깨달았다. 우표를 전부 제자리에 다시 넣어 둘까?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그것들을 다시 제자리에 붙여 놓기엔 시간이 턱없이 모자랄 터였다. 너무 늦었다. 그래서 나는 계속했다. 한 장을 더 훔쳤다.
한 장 더...... 또 한 장 더......
아무런 가치 없는 내기인 만큼, 또 자칫 들킬 수도 있는 걸 뻔히 아는 만큼 훔치는 쾌감은 한결 더 생생했다. 도둑질을 계속하는 건 일종의 도전이었다. 말도 안 되는 도전.
나는 혼자서 길을 걷다 외쳤다. “이게 다 눈 탓이야! 눈이 이렇게 오지만 않았어도 윌리네 집에 그렇게 오래 머물면서 눈보라가 지나가기를 기다리지는 않았을 거야. 아니, 이건 다 윌리네 형이 보낸 소포 탓이야! 소포가 하필 그때 도착하지만 않았어도 윌리는 방에서 나가지 않았을 거야. 이건 로널드 탓이야! 그 애가 윌리를 뒤따라 나가 사진을 구경하고 있지만 않았어도 나는 결코 그 우표들을 ‘집어 들지’(나는 진짜로 써야 할 단어가 너무나 추하게 느껴져 다른 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않았을 테니까!”